흉기 든 가방 지니고 가족 위협 조현병 환자, 경찰이 응급입원

6개월간 전국 떠돌며 친지 협박…경찰, '안인득 사건 교훈' 적극 대처
흉기로 가족을 협박한 50대 조현병 환자가 경찰에 의해 병원으로 보내졌다. 광주 광산경찰서는 강력범죄를 저지를 것으로 우려되는 정신질환자 A(56) 씨를 응급입원 조처했다고 20일 밝혔다.

A 씨는 올해 1월 정신병원에서 퇴원한 뒤 가족·친척·지인을 상대로 금품을 갈취하며 일정한 주거지 없이 전국을 떠돌았다.

병원 진료와 약 복용을 거부하며 자신을 입원시킨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 살해하겠다고 위협했다. 기물 파손, 감금, 절도죄를 저지르는 등 최근 들어 A 씨의 행동이 위험수위에 다다랐다고 느낀 가족이 지난 12일 실종 신고하고 경찰에 소재 파악을 요청했다.

경찰은 공중전화를 이용하고 현금만 사용하며 좀체 흔적을 남기지 않은 A 씨가 자주 나타나는 광주지역 전통시장을 중심으로 잠복 수사에 나섰다.

1주일간 잠복을 이어간 경찰은 지난 19일 오후 2시께 북구 말바우시장에서 A 씨를 발견했다. 인파가 북적이는 장날이라 경찰은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A 씨를 한적한 장소로 유인했다.

A 씨가 지니고 있던 가방에는 칼, 톱, 가위, 망치 등 흉기로 쓰일 수 있는 도구가 다수 들어있었다.

과대망상과 우울증 증세를 보인 A 씨는 정신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으며 조현병 진단을 받았다. 약 6년 동안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는 동안 치료를 완강히 거부했다.

A 씨는 국가인권위원회에 강제 입원을 당하고 있다는 진정을 수차례 제기해 올해 1월 퇴원했다.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한 친지가 거리를 두자 A 씨의 위협 수위도 높아진 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경남 진주에서 안인득이 저지른 방화와 살인을 계기로 긴급 치료가 필요한 조현병 환자를 응급입원 조처할 수 있는 매뉴얼이 만들어졌다"며 "가족이 공포와 불안감을 호소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