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임위 강행·소위 쪼개기…4黨, 한국당 압박

76일 만에 문 열었지만…국회는 '개점휴업'

압박 수단 총동원하는 민주
내달 '일하는 국회법' 시행 앞두고
상임위 법안소위 개편 작업 추진
자유한국당을 뺀 여야 4당이 소집 요구한 6월 임시국회의 막이 20일 올랐다. 3월 임시국회의 마지막 본회의(4월 5일) 이후 76일 만이다. 하지만 여야가 의사 일정에 합의하지 못해 ‘개점휴업’ 상태는 불가피하다. 여야 4당은 상임위와 특위를 본격 가동하고, 법안심사소위 쪼개기 등을 통해 국회 정상화를 압박하고 있다.

소위 쪼개고…회의 정례화20일 국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다음달 17일 ‘일하는 국회법’(국회법 5조 등) 시행을 앞두고 소위 개편 작업을 하고 있다. 행정안전위원회는 법안심사소위를 경찰·소방 분야와 행안·인사혁신처·선거관리위원회 등으로 나누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민주당 행안위 간사인 홍익표 의원은 “법안소위 업무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 제대로 법안 논의를 못하고 사장되는 사례가 빈번했다”며 “중요성과 관련성을 기준으로 소위를 나눠 법안 심사의 효율성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법안소위는 국회 입법을 위한 기초 논의 단계다.

외교통일위원회도 법안심사소위를 외교와 통일 분야로 나누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국방위는 상임위 차원에서 국방부와 병무·방사청을 분리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문화·예술과 체육·관광을 따로 떼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국회 파행에 상관없이 여야 간사단 협의를 통해 소위 회의를 정기적으로 여는 상임위도 있다. 교육위 법안소위는 둘째·넷째주 수요일에, 행안위는 둘째·넷째주 화요일에 회의를 열고 있다. 다만 이달 들어 여야 대치 강도가 다시 높아지면서 한국당 의원들이 소위에 불참하거나 상임위 간사만 참석하고 있다. 한 민주당 의원은 “여야 간사 간 합의가 있었기 때문에 한국당 의원들도 계속 불참하기엔 적잖은 압박을 받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경제청문회 유보적”

이날 정치개혁특위는 전체회의를 열고 특위 연장 방안을 논의했다. 공직선거법 개정안의 패스트트랙 지정 이후 52일 만에 열린 첫 전체 회의다. 한국당은 간사인 장제원 의원만 참석했다. 장 의원은 “국회 정상화에 대한 3당 원내교섭단체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특위를 왜 여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반대의사를 밝혔다.반면 이날 회의에 참석한 민주당과 정의당, 바른미래당 소속 위원들은 이달 말로 예정된 정개특위 활동 기한을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결론을 내진 못했다. 민주당은 정개특위 이외에도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등이 위원장을 맡은 11개 상임위를 정상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법안소위도 여야 4당이 소위원장을 맡고 있는 경우 회의를 강행할 계획이다.

다만 한국당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등 6개 상임위는 위원장 동의 없이 회의를 열기 쉽지 않다는 판단이다.

국회 정상화의 열쇠를 쥔 경제청문회에 대해 민주당 지도부는 난색을 보였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경제원탁회의를 제안한 문희상 국회의장이나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의 의도를 좀 더 확인해야 한다”고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전날 “경제실정, 국가부채의 책임을 묻는 게 아니면 (청문회나 토론회가) 가능하다”고 말해 합의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왔었다.나 원내대표는 이날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이 나온다면 경제청문회나 토론회, 어떤 형식이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부에선 홍 부총리나 김 실장이 나오면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야권의 공세가 뻔해 요구를 받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청와대는 “여야 간 합의가 우선”이라며 “국회에서 뜻이 모아진다면 참석하겠다”는 원론적인 견해를 밝혔다.

김우섭/고은이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