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는 상권 1년이면 바뀌는데…임대차 10년 보장이 무슨 소용"

실효성 없는 임대차보호법

1~2년 단위 임대계약 속출
지난 4월 임차인이 계약 갱신을 요구할 수 있는 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늘릴 수 있도록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시행됐다. ‘젠트리피케이션(임차료 급등으로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으로부터 상인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법무부는 개정안으로 상가 임차인의 95%가량이 임대차 계약 보호 대상이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자영업자들은 현실과는 거리가 있는 대책이라고 지적한다. 계약 갱신을 요구할 수 있는 기간을 10년까지 보장하더라도 10년 이상 장수하는 점포가 많지 않아서다. 상권의 수명이 짧아져 계약 기간도 단기를 선호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서울 서교동 홍대 상권에서 5년째 중식 음식점을 운영해온 최모씨(40)는 “최근 5년 새 홍대, 합정, 상수, 연남동 등 주변 상권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바람을 타고 떴다가 지기를 반복했다”며 “주목받는 상권일수록 매출과 임대료 변동이 심해 10년은커녕 2년도 못 버티고 손을 터는 자영업자가 수두룩한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1~2년 단위로 짧게 점포를 임대 계약하는 경우도 부쩍 많아졌다. ‘샤로수길’에서 중식 음식점 개업을 준비 중인 임모씨(35)는 “상권이 갑자기 침체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계약 기간을 1년 이하로 두는 게 부담이 적다”며 “더 길게 계약했다간 나중에 손님은 없고 임차료만 나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상권 형성의 절대적 요소는 가시성, 접근성 등 상대적으로 변동이 적은 입지 조건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소비자 취향이 핵심 요인이 됐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박태원 광운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온라인에서 상권 인기가 실시간으로 바뀌면서 임대 계약 기간도 5~10년 단위에서 분기와 1년 단위로 짧아지고 있다”며 “도심 경쟁력을 고려해 도심권과 주거생활권으로 나눠 젠트리피케이션 대책을 세워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