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자율성 수월성 다원성 부인해선 한국 교육 미래 없다

전주 상산고와 안산동산고가 ‘자율형 사립고 재지정’에서 탈락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평준화 정책’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두 지역 교육청의 이번 결정이 2년 전 대선 때 공약으로 내세워진 것인 데다, 다른 다수 교육청도 주요 정책과제로 추진해온 것이기 때문이다. “벽돌 한 장 사준 적 없는 정부가 내 돈 들여 인재 키우려는데 말리는 꼴에 기가 막힌다.” 상산고 설립자인 홍성대 이사장의 절규 같은 이 말에 부조리한 결정의 앞뒤 상황이 다 들어있다. 지난 17년간 그는 개인 돈 463억원을 학교운영에 넣어왔으나 지금 ‘하향 평준화’를 강요받고 있다. 대부분 자사고 측이 그와 같은 심경이겠지만, 더 큰 문제는 학생들의 교육선택권이 침해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학교 교육, 특히 중·고교 과정에서 강조해야 할 게 ‘수월성·다양성’이냐 ‘평준화·획일화’냐는 한국 특유의 비생산적 논쟁이다. 특히 좌성향 정부가 들어서고 전교조 활동이 두드러지면 교육 현장에서는 자율성과 수월성, 다원성이 무시받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교육발전과 인재양성의 기본 원칙인 이런 가치를 두고 논란을 벌이느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창의 교육은 뒷전이다. 학령인구가 급감하는데 기형적으로 증가하는 교육 예산에 대한 구조조정 등 진짜 개혁 과제도 방치돼 있다.

자사고 재지정 취소 등 무리한 평준화 정책만이 아니다. 대학의 80% 이상이 사립인데도 정부가 입시전형에 시시콜콜 개입하며 수시와 정시 비율까지 간섭하고 있다. 사립 유치원에 ‘철권’을 휘두른 것도 최근 일이다. 사학에는 저마다 건학이념이 있고, 고유의 교육철학도 있다. 이런 다양성을 인정하면서 학생에게는 학교와 교육 방식에 선택권을 주면 된다. 자율성 수월성 다원성을 부인하면 한국 교육에 미래는 없다. 자사고를 없애려는 교육감들과 좌파 이론가들은 “자기 자식은 자사고 보내면서 남의 자식은 왜 막느냐”는 비판을 어떻게 듣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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