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 평가 '깜깜이'…자세한 점수도, 평가위원도 '비밀'

경기교육청 "기준점 미달"로 설명 끝…정성평가 많은데 평가위원 비공개
교육부, 최종 동의 결정 참여할 위원들도 공개 거부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재지정 평가를 진행 중인 교육 당국이 평가결과·과정에서 '비밀주의'를 고수해 불신을 키우고 있다.21일 교육계에 따르면 경기도교육청은 전날 안산동산고 평가결과를 발표하며 "재지정 기준점인 70점에 미달하는 점수를 받았다"고 밝혔다.

경기교육청은 그러나 정확히 몇 점을 받았는지, 어떤 부분에서 점수가 깎였는지 등은 공개하지 않았고, 평가위원에 대해서도 "내외부 전문가"라고만 밝혔다.

자세한 점수가 추후 언론보도로 알려졌지만 도교육청의 '비밀주의' 행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교육계 안팎에서 나왔다.이번 평가로 학교에 큰 변화가 생기지만 점수가 끝까지 알려지지 않았다면 누가 평가를 했는지는 물론 구체적인 결과도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전주 상산고를 평가한 전북도교육청은 자세한 점수는 공개했지만, 평가위원은 공개하지 않았다.

서울시교육청도 내달 초 평가결과를 공개하면서 평가위원은 공개하지 않을 방침이다.'민원'에 시달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시교육청 자사고 운영평가 계획에는 평가위원은 "공정하고 편향적이지 않으며 학교 실정에 정통한 전문가를 중심으로 구성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제대로 위원구성이 이뤄졌는지 검증할 방법은 없다.자사고 운영평가 평가항목은 교육부 표준안 기준 정량평가항목 15개, 정성평가항목 10개, 정량평가와 정성평가가 섞인 항목 7개로 구성돼 있다.

배점을 보면 정성평가 항목과 정량평가와 정성평가가 섞인 항목이 각각 34점과 23점으로 총 57점에 달한다.

평가위원의 주관이 개입될 여지가 큰 정성평가 포함 항목의 배점이 만점(100점)의 절반을 넘는데도 평가위원이 공개되지 않는다면 평가결과에 대한 신뢰성이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교육부는 자사고 운영평가 권한이 교육감에게 있는 만큼 평가결과·과정 공개범위도 각 교육감이 결정할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게다가 교육부도 자사고 지정취소에 교육부 장관이 동의할지를 사실상 결정할 '특수목적고등학교 등 지정위원회' 구성 일체를 비밀에 부치고 있다.

김성근 교육부 학교혁신지원실장은 전날 취재진에 "지정위는 10명으로 구성돼있다"면서 어떤 자격을 가진 이들이 지정위원이 되는지에 대해선 답변을 거부했다.

지정위 구성은 초중등교육법 시행규칙에 이미 정해져 있어 교육부가 숨길 사항이 아니다.

규칙을 보면 지정위는 교육부 소속 장학관 또는 과장급 이상 공무원 중 교육부 장관이 지명한 사람과 일반 중·고교 교원, 특목고·자사고와 관련해 전문성을 지닌 교육계·지역사회 인사로 구성하게 돼 있다.

규칙에 따르면 지정위 회의는 공개하는 것이 원칙이다.

'지정위 의사결정·업무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줄 우려가 인정돼 지정위가 의결하는 경우' 예외적으로 비공개할 수 있다.그러나 민감하고 여론에 관심이 쏠린 사안일수록 숨겨온 그간 당국의 행태를 고려하면 지정위 회의도 비공개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