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이란과 군사충돌 원치 않는데…측근엔 강경파 포진

美언론, '무인기 격추'로 일촉즉발 상황서 트럼프 설득당할 가능성 우려
유조선 피격에 이은 무인기 격추로 미국과 이란의 살얼음판 대치가 이어지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측근들이 군사대응을 종용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단 무인기 격추 사건에 대한 의미 부여를 자제하며 군사적 충돌까지 나아가지는 않으려는 모습이지만 막다른 길로 몰고 가려 하는 측근들 속에서 뜻밖의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미 CNN방송은 20일(현지시간) '무인기 격추는 전쟁의 위험을 불러일으키면서 트럼프팀의 분열도 노출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현재 상황은 변덕스럽고 예상 불가인 트럼프 대통령에게 엄청난 테스트"라고 진단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매우 피하고 싶어하는 위험한 막다른 길로 그를 이끌고 있는지 모를 참모진의 강경 전략에도 마찬가지"라고 부연했다. CNN은 대이란 강경 대응을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주도해왔다면서 이들이 군사적 대치가 불가피한 지점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이끌고 가려 한다는 의심이 분석가들 사이에 강하게 일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뿐만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이나 톰 코튼 상원의원도 대이란 군사대응의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거론하면서 트럼프 대통령 책동에 동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을 공격하는 데 주저하는 것 같지만 점점 매파에 둘러싸이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이 이들을 물리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WP는 볼턴 보좌관은 물론 그레이엄 상원의원 등 영향력 있는 공화당 중진 의원들이 대이란 군사적 대응에 공감하고 나서면서 트럼프가 매에 둘러싸인 비둘기파처럼 보일 정도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그레이엄 의원은 이날 "더 큰 갈등으로 번지기 전에 이런 (이란의) 행위를 막기 위한 단호한 행위를 권하겠다"면서 "이란은 심각한 고통에 대비해야 한다.

우리는 (강경 대응에) 어제보다 오늘 더 많이 가까워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레이엄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과 자주 골프를 칠 정도로 가까운 사이다.

코튼 의원도 유조선 피격 사건 이후 "이런 정당한 이유 없는 상선 공격은 보복적 군사 공격을 정당하게 만든다"고 공개 언급했다.

마크 루비오 상원의원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공격에 의회의 승인을 구할 필요 없다"는 트윗을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단 이란의 미군 무인기 격추를 "매우 큰 실수"라고 비판하면서도 이란 정부가 의도적으로 한 행위라기보다는 일각의 일탈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며 애써 확전을 자제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참모들이 전쟁으로 대통령을 밀어붙이고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전혀 그렇지 않다.

사실은 여러 경우에 그 반대다"라면서 아프가니스탄과 시리아 주둔 미군 감축을 거론, 이란에 군사적 대응을 할 생각이 없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그는 "(이란의 행위는) 새로운 구김살(wrinkle)이자 불쾌한 일"이라며 "이 나라(미국)는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여지를 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