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길의 경제산책] '전기요금 개편' 화끈하게 비판한 녹색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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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용에만 적용되는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을 놓고 논란이 뜨겁습니다. 국민 여론이 압도적이었던 ‘누진제 폐지’ 대신 정부가 ‘여름철 전기요금 인하’ 카드를 꺼내들었기 때문입니다. 이번 조치로 국내 1500만~1600만 가구가 매년 7,8월 월평균 9000~1만원씩 전기요금 할인을 받게 됐습니다.
주택용 누진제 폐지는 완전히 물건너가는 분위기입니다. ‘적자 기업’ 한국전력공사는 매년 3000억원 가까운 요금 인하분을 떠안게 됐구요. 결국 한전 돈으로 전체 국민(약 2000만 가구)의 약 70%에게 두 달간 평균 2만원씩 나눠주겠다는 겁니다.누진제 개편안에 대해 다양한 논평이 나왔는데, 가장 화끈하게 비판한 곳 중 하나가 녹색당이었습니다. 그동안 친정부 성향을 보여온 곳이어서 의외였지요.
녹색당이 어제 발표한 성명에는 원색적인 단어들이 많이 동원됐습니다. “전기요금 개편 논의가 어이없는 임기응변과 선심성 정책으로 결론 났다. 두 달동안 1만원씩 요금을 깎아주는 게 민생에 얼마나 보탬이 되나. 정략적 판단에 따라 기준도 일관성도 없이 결정된 요금 할인은 국민을 우롱하고 얕잡아본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대책이) 단편적이고 시혜적인 대책에 머문 것은 현 정권의 무능과 무책임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지요.녹색당은 또 “폭염에 에어컨은커녕 선풍기도 맘껏 틀기 어려운 사람들, 뙤약볕에 노출돼 일하는 사람들, 단열이 안 돼 겨울엔 추위를 여름엔 더위를 온몸으로 견뎌야 하는 사람들, 이런 에너지 빈곤층에게 에너지 복지를 실효성있게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사실 녹색당의 주장은 상당수 에너지 전문가와 보수 야당, 한전 소액주주들의 생각과도 다르지 않은 겁니다. 원칙과 방향도 없이, 다수 가구를 대상으로 매년 2만원 정도 요금을 깎아주는 건 전형적인 포퓰리즘에 지나지 않는다는 거지요.
정작 진짜 전기요금 할인 혜택을 받아야 할 저소득층은 이번 개편안에서 특정되지 못했습니다. 고소득 1,2인 가구 등이 여전히 필수사용공제(월 4000원 할인)를 받는 반면 저소득 다자녀 가구 등은 ‘냉방요금 폭탄’을 맞는 불합리를 뜯어고칠 수 없습니다.정부와 여당은 일찌감치 ‘여름철 전기요금 할인’을 골자로 한 누진제 개편안을 확정했다고 합니다.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표심에 가장 유리한 ‘누구도 손해보지 않는 할인안’이 선호된 건 정치공학적으로 당연한 계산일 수 있습니다.
정부가 다수 국민이 선호하는 주택용 누진제의 전면 폐지를 유력안으로 검토하지 않았던 건 일부 가구의 요금 인상 때문입니다. 누진제 폐지가 현실화하면 월 몇 천원씩 전기요금이 오르는 가구가 필연적으로 생기지요. 이들 중 저소득층과 에너지 빈곤층을 선별해 ‘에너지 바우처’를 늘리는 복지 확대로 접근했으면 어땠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이번 누진제 개편안 논의 과정에서 진짜 저소득층이 고려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부분은 아쉽습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주택용 누진제 폐지는 완전히 물건너가는 분위기입니다. ‘적자 기업’ 한국전력공사는 매년 3000억원 가까운 요금 인하분을 떠안게 됐구요. 결국 한전 돈으로 전체 국민(약 2000만 가구)의 약 70%에게 두 달간 평균 2만원씩 나눠주겠다는 겁니다.누진제 개편안에 대해 다양한 논평이 나왔는데, 가장 화끈하게 비판한 곳 중 하나가 녹색당이었습니다. 그동안 친정부 성향을 보여온 곳이어서 의외였지요.
녹색당이 어제 발표한 성명에는 원색적인 단어들이 많이 동원됐습니다. “전기요금 개편 논의가 어이없는 임기응변과 선심성 정책으로 결론 났다. 두 달동안 1만원씩 요금을 깎아주는 게 민생에 얼마나 보탬이 되나. 정략적 판단에 따라 기준도 일관성도 없이 결정된 요금 할인은 국민을 우롱하고 얕잡아본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대책이) 단편적이고 시혜적인 대책에 머문 것은 현 정권의 무능과 무책임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지요.녹색당은 또 “폭염에 에어컨은커녕 선풍기도 맘껏 틀기 어려운 사람들, 뙤약볕에 노출돼 일하는 사람들, 단열이 안 돼 겨울엔 추위를 여름엔 더위를 온몸으로 견뎌야 하는 사람들, 이런 에너지 빈곤층에게 에너지 복지를 실효성있게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사실 녹색당의 주장은 상당수 에너지 전문가와 보수 야당, 한전 소액주주들의 생각과도 다르지 않은 겁니다. 원칙과 방향도 없이, 다수 가구를 대상으로 매년 2만원 정도 요금을 깎아주는 건 전형적인 포퓰리즘에 지나지 않는다는 거지요.
정작 진짜 전기요금 할인 혜택을 받아야 할 저소득층은 이번 개편안에서 특정되지 못했습니다. 고소득 1,2인 가구 등이 여전히 필수사용공제(월 4000원 할인)를 받는 반면 저소득 다자녀 가구 등은 ‘냉방요금 폭탄’을 맞는 불합리를 뜯어고칠 수 없습니다.정부와 여당은 일찌감치 ‘여름철 전기요금 할인’을 골자로 한 누진제 개편안을 확정했다고 합니다.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표심에 가장 유리한 ‘누구도 손해보지 않는 할인안’이 선호된 건 정치공학적으로 당연한 계산일 수 있습니다.
정부가 다수 국민이 선호하는 주택용 누진제의 전면 폐지를 유력안으로 검토하지 않았던 건 일부 가구의 요금 인상 때문입니다. 누진제 폐지가 현실화하면 월 몇 천원씩 전기요금이 오르는 가구가 필연적으로 생기지요. 이들 중 저소득층과 에너지 빈곤층을 선별해 ‘에너지 바우처’를 늘리는 복지 확대로 접근했으면 어땠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이번 누진제 개편안 논의 과정에서 진짜 저소득층이 고려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부분은 아쉽습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