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북 승부수' 던진 시진핑, 트럼프에 내밀 '북한 카드' 쥐었다

북중 정상, "한반도 문제 정치적 해결" 한목소리 내며 공조 과시
시진핑, 미중 갈등 해소·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 참여 계기 마련
홍콩 시위사태 등 내부 불안 요소도 대대적 방북 선전으로 희석
미·중 무역 전쟁과 홍콩 대규모 시위 사태로 내상을 입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0~21일 북한 방문이라는 승부수를 던진 결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만남을 앞두고 '북한 카드'를 손에 쥐었다.미·중 간 관세 보복전이 가열되면서 중국도 희토류 통제 등 다양한 대미 압박 카드를 꺼내 보였지만 역부족이었고, 급기야 미국이 홍콩과 대만 문제 등 가장 아픈 지점을 건드리기 시작하자 중국은 '북한'이라는 유력한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다만 기존과 다른 점은 중국이 이번 '북한 카드'를 대미 위협용으로 쓰려는 것이 아니라 북미 비핵화 협상 재개를 위해 중재자로 나서는 데 필요한 '면허증' 정도로 사용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중국은 미·중 갈등 해소의 실마리를 찾고 남북미 주도의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에 끼려는 포석을 깔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베이징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지도부는 시 주석의 이번 방북을 통해 북·중 관계 강화,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추진을 대외 명분으로 걸었는데 외견상 소기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최대 200만명이 한꺼번에 참여해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던 홍콩의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시위 사태도 상당 부분 희석하는 효과도 봤다.

시 주석은 지난 20일 김 위원장과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지지하면서 북한의 안보 및 발전 우려를 해결할 수 있도록 "힘이 닿는 한 도움을 주겠다"며 북한의 든든한 뒷배가 될 것을 약속했다.이는 중국이 북한의 가장 가까운 우방국으로서 북한이 비핵화에만 나선다면 안전보장 측면에서부터 경제 분야에 이르기까지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메시지로도 해석된다.

김정은 위원장 또한 중국이 한반도 문제 해결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온 것을 높이 평가하면서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과정에서 중국과 협력하겠다며 시진핑 주석의 어깨에 힘을 실어줬다.

이는 중국 입장으로선 한반도 문제 해결에 있어서 남북미 구도 아니라 일본, 중국, 러시아가 참여하고 중국이 주도했던 '6자 회담 구도'를 부활시키는 좋은 계기가 될 수도 있다.한 소식통은 "시 주석은 이번 방북 목적을 수교 70주년을 맞아 북·중 관계 강화와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추진을 내세웠다"면서 "김 위원장과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은 북한에 안보와 지원을 약속했고 김 위원장은 중국의 역할을 지지하며 서로 대미 협상력을 끌어올리는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중 수교 70주년을 맞아 사실상 양국 관계를 강화하며 전략적 밀월 관계를 다진 것도 성과다.

시진핑 주석은 이번 국빈 방북에서 '황제급 의전'을 받으며 대북 영향력을 대내외에 과시했다.

북한 또한 미국을 향해 중국이라는 강력한 방패막이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전략적 필요에 의한 밀월 관계가 지속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처럼 김 위원장의 북미 비핵화 협상 재개 의사를 타진한 시진핑 주석은 오는 28~29일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다.

이미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미·중 정상회담에서 무역협상이 재개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시진핑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번 방북을 통해 보여준, 북한의 비핵화 협상 복귀를 위한 중국의 노력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재선 도전을 선언한 트럼프 대통령 또한 미·중 무역 마찰과 북핵 문제는 반드시 성과를 내야 하는 상황이라 시 주석의 적극적인 러브콜이 통할 가능성도 있다.

다른 소식통은 "시진핑 주석이 방북하면서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추진하겠다고 한 뒤 그런 내용을 논의했다고 공개하는 걸 보면 분명히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에 전달할 김정은 위원장의 북핵 협상 카드가 따로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중국 경기 침체, 톈안먼(天安門) 사태 30주년, 홍콩 대규모 시위로 대내 민심이 술렁이는 가운데 시 주석은 이번 방북을 통해 공산당을 중심으로 하는 사회주의 국가의 단결을 유도했을 것으로 보인다.중국 관영 매체들이 이례적으로 시진핑 주석의 이번 방북을 온종일 방영 또는 보도하는 데는 '홍콩 시위'라는 화두를 완전히 방북으로 돌리려는 의도도 있다는 분석이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