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중국과 정상회담 마친 北 이젠 대화에 나서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역대 최고 수준의 예우를 받으며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시 주석과 김 위원장은 정상회담과 환영 만찬 등을 통해 전통적인 우의 관계를 다지고 한반도 비핵화와 경제 분야에서 협력하고 지원키로 하는 등 전략적 밀월 관계를 과시했다. 이번 방북은 지난 2월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차 정상회담이 합의 없이 끝난 뒤 협상 교착을 벗어나지 못한 상황에서 열려 시 주석이 중간에서 어떤 영향력을 행사하느냐가 주된 관심사였다.

두 정상의 내밀한 대화 내용까지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회담 결과를 보면 두 사람이 양국 협력과 한반도 비핵화 협상에서 어떤 지향점을 공유했는지가 잘 드러난다.

두 정상 모두 대화 재개 의지를 확인했고 중국이 협상을 지원하고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는 게 요지다. 김 위원장이 자신의 선제 조치에 미국이 호응하지 않았다고 불만을 표출하며 인내심을 갖고 협상하겠다고 강조한 점도 주목된다.

예견한 대로 북·중은 시 주석의 방중을 효과적인 대미 견제 카드로 활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제 관심사는 북·중 정상이 이번에 공유한 협상 방법론을 어떻게 구사하느냐다. 시 주석은 오는 28~29일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하노이 2차 정상회담 결렬 이래 북미가 비핵화 방법론에 관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는 형국에서 시 주석이 어떤 식으로 중재 역할을 할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시 주석이 김 위원장이 제시한 진전된 방안을 받아 이를 한미 정상에 전달할 것이란 예상이 그래서 나온다. 한국전쟁 정전협정 당사국인 중국은 한반도 문제 해법에 두 가지 원칙을 견지한다.

쌍중단(북한 핵·미사일 발사와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과 쌍궤병행(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평화협정 협상의 병행)이 그것이다.

따라서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북미 간 상호 조치와 관련한 새 절충안을 제시하고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 문제를 거론할 것으로 관측된다.

시 주석의 적극 개입으로 협상의 판이 흐트러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최근 흐름을 보면 협상 재개로 가는 긍정적인 여건들이 조성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친서를 받고 여전한 신뢰를 보냈으며 북한은 이희호 여사 장례에 조의문을 보내는 성의를 보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유럽 순방 중에 북한의 대화 복귀를 촉구했고 우리 정부는 국제기구를 통해 북한에 식량 5만t을 보내기로 했다.

주요 고비 때마다 열린 북·중 정상회담이 이번에 성사된 것도 눈여겨봐야 한다.

한미는 북미 실무협상이 조속히 재개돼야 한다는 공통의 입장을 밝히는 가운데 스티브 비건 미 대북특별대표는 '유연한 접근'을 언급했다.

방미 중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6~9월이 한반도 상황과 관련해 '관건적 시기'라고 했다.

북미 정상의 최근 발언을 보면 양국 3차 정상회담이 조기에 열리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제 북한이 답할 차례다.

북한은 톱다운식 북미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실무협상의 장에 나와 그간 공유된 입장차를 토대로 새 접점을 모색하길 바란다. 이와 함께 4차 남북 정상회담에도 호응하는 등 남북 신뢰 회복과 교류 재개를 위한 노력에 동참하길 촉구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