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재개 고비서 北美 정상 소통…빨라지는 한반도 비핵화 시계

김정은-트럼프, 미중·한중·한미 정상회담 앞두고 직접 의견교환
"북미대화 재개 기대할 수 있는 좋은 신호"…비건 주중 방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답신' 성격의 친서를 보내면서 멈춰있던 비핵화 협상 시계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노 딜'로 막을 내리고 나서 각자 메시지를 일방적으로 발신한 적은 있어도 서로 의견을 주고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3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보낸 친서를 받고 나서 "훌륭한 내용이 담겨있다"고 만족을 표했으며 "흥미로운 내용을 심중히 생각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친서를 받은 시점과 친서에 담긴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는 김 위원장이 앞서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1주년을 맞아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 대한 답장으로 보인다.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일(현지시간) 김 위원장으로부터 전날 "아름다운 친서"를 받았다는 사실을 공개하며 "그것은 매우 개인적이고 매우 따뜻하고 매우 멋진 친서였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북미대화가 암초를 만날 때마다 친서를 보내 분위기를 반전시키곤 했다.

두 차례 열린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도 '친서 외교'를 통해 난관을 넘어섰던 만큼 이번 친서 교환이 제3차 북미정상회담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다.한 외교소식통은 "북미 정상이 서로 편지를 주고받음으로써 양측의 남다른 관계를 대내외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며 "북미 대화 재개를 기대할 수 있게 하는 좋은 신호들"이라고 평가했다.

'하노이 회담' 결렬 후 약 4개월 만에 이뤄진 북미 정상 간 직접 소통은 이달 28∼29일 일본 오사카(大阪)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잇따르는 미중·한중 정상회담과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이뤄졌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20∼21일 방북해 평양에서 개최한 북중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으로부터 들은 메시지를 오사카에서 만나는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김 위원장은 북중 정상회담에서 '인내심을 갖고 계속 미국과 대화를 통해 한반도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중국중앙(CC)TV가 보도한 가운데 시 주석이 이와 관련된 구체적인 북한의 입장을 한미 정상에게 알릴 가능성이 커 보인다.
G20 정상회의를 마치고 난 뒤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할 예정인 만큼 북한은 이 자리에서 나오는 한미 정상의 메시지를 보고 미국의 실무협상 재개요청에 응할지를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북협상을 총괄하는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며칠 앞두고 한국을 찾는 점을 고려했을 때 비핵화 실무협상이 재개될 수 있다는 추측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비건 대표가 한국에 오면 카운터파트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등과 만나 한미 정상이 논의할 대북 의제를 조율하겠지만, 북측 반응에 따라 북미대화 재개를 모색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는 것이다.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친서를 보내왔다고 김 위원장이 공개하면서 관심을 표한 점으로 미뤄봤을 때 양자 관심사를 구체적으로 논의하자는 내용이 담겨있을 수 있다"며 "비건 대표가 한국에 오면 판문점이나 평양에서 북측과 만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