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보사 후폭풍? 기술성장기업 특례상장 줄줄이 좌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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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25시기술성장기업 특례상장을 활용해 증시 입성을 추진하던 기업이 좌초하는 사례가 최근 연달아 나오고 있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코오롱티슈진의 인보사 사태로 인해 전체적으로 심사 요건이 까다로워진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바이오社 네오이뮨텍 기술평가
최소등급 못 미쳐 상장 고민
레인보우로보틱스도 부정적 의견
미국법인으로 코스닥시장 상장을 추진하던 바이오기업 네오이뮨텍은 최근 외부 전문평가기관 두 곳에서 낮은 기술평가등급을 받아 상장 추진에 제동이 걸렸다. 이 회사가 받은 기술평가 등급은 A와 BB였다. 한국 기업이 기술성장기업 특례상장을 할 때 필요한 최소 등급(A, BBB 이상)에 미치지 못했다. 적자가 나는 바이오 등 기술기업은 상장 방식에 따라 외부기관으로부터 기술평가를 필수적으로 받아야 한다.네오이뮨텍은 한국법인이 아니기 때문에 꼭 이 기준을 넘어야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외국기업 1호로 테슬라 요건 상장(적자기업 특례상장)을 노린 네오이뮨텍으로서는 이대로 상장을 강행하기가 부담스럽다는 게 업계 평가다. 회사 측은 “상장 추진이 가능하긴 하지만 기술평가를 다시 받아볼지 여부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한국거래소의 상장 심사 문턱을 넘지 못한 기업 두 곳이 모두 기술기업이라는 점도 업계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 ‘휴보’의 개발사인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최근 거래소 상장위원회로부터 부정적인 의견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기술성장기업 특례상장의 한 갈래인 성장성 추천 특례상장을 추진했다. 성장성 추천 특례상장이란 기업공개(IPO) 주관 증권사의 추천을 받은 기술기업에 상장 요건을 완화해주는 제도다.
코넥스 상장사인 바이오기업 젠큐릭스는 코스닥으로 이전상장 계획을 지난달 말 자진 철회했다. 젠큐릭스도 거래소의 심사 문턱을 넘기 어려워지자 일단 자진 철회를 택한 다음 내년에 코스닥 입성을 다시 노린다는 계획이다.한 증권사의 IPO 담당 임원은 “적자를 내고 있는 기술기업의 상장 심사가 엄격해진 느낌”이라며 “상장을 추진 중인 여러 기술기업에 비상이 걸린 상태”라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상장 심사에 참여하는 외부 위원들이 인보사 사태 등 최근 발생한 사건으로 민감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거래소는 인보사 사태로 인해 문턱이 높아진 것은 아니라고 해명하고 있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기술성장기업 특례상장 시도가 많다 보니 좌초한 사례도 몇 개 나왔을 뿐”이라며 “좋은 기술을 보유한 기업의 상장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