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부부애 그리고 동료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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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33
박미경 < 한국여성벤처협회 회장 mkpark@forcs.com >중소기업 대표 중에 부부가 같이 회사를 경영하고 있는 경우를 종종 본다. 그들과 만나서 얘기하면 가끔은 상대방에 대한 불만을 얘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누구보다도 믿을 수 있어 안심이 되고 어려울 때 서로 힘이 될 수 있어 가장 든든한 파트너라고 한다.
가정뿐만 아니라 직장에서도 같이 기업을 경영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오랜 시간 잘하고 있는 기업들을 보면 대부분 한 가지 특징이 있다. 그것은 부부가 서로 다른 전문 분야를 가지고 있어 각자의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하고 서로의 업무 영역에 대해 존중하고 있다는 점이다.사실 부부 경영에 대한 불편한 시선은 부부 중 한 사람이 업무에 대한 특별한 노하우 없이 회사에서 자리만 차지하고 있을 때 나온다. 지인 중에 부부애와 동료애를 함께 느끼면서 기업을 경영하고 있는 부부가 있다. 그들은 처음 같이 회사를 시작했을 때 역할 분담이 모호해 굉장히 혼란스럽고 어려운 시기가 있었다고 한다. 서로 업무에 대한 전문성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경영이나 인사관리 부문에서 의견 충돌이 자주 발생해 결국 한 사람이 회사를 그만두고 몇 년 동안 다른 사업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회사가 어려워졌을 때 그들은 다시 힘을 합쳤다. 다시 시작하면서 상대가 잘하는 것과 내가 잘하는 것을 서로 인정하고 각자의 역할을 분배했다. 서로의 업무를 존중하기로 한 것이다. 물론 가족이기 때문에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게 되는 경우도 종종 발생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의 역할에 대한 신뢰가 쌓였고 상대방을 점차 인정하면서 부부 경영의 장점이 제대로 발휘됐다고 한다. 이 덕분에 부부는 어려운 시기를 현명하게 넘길 수 있었다. 현재는 서로의 장단점을 잘 알기 때문에 각자가 맡은 역할에서 상대의 장점이 최대로 발휘될 수 있도록 서로 지원하고 있다.
기업에 같은 목표를 가지고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두 명 있으면 성과가 배가된다고 한다. 마음이 통하는 부부가 한 방향으로 함께 달려간다면 어떤 파트너보다 높은 시너지와 성과를 창출할 수 있다고 본다.회사의 중요한 일을 결정할 때 대화를 통해 일방적인 의사결정을 견제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서로를 설득해가며 이견을 조율할 수 있어 큰 실수를 줄일 수 있다. 높은 자리에 오를수록 직언해주는 사람이 가까이 있어야 한다는데 대표에게 직언할 수 있는 임원이 얼마나 되겠는가?
필자도 20년 넘게 부부 경영을 하고 있다. 지난 세월 동안 회사에 크고 작은 어려움이 앞을 가로막았을 때 쉽게 포기하지 않고 지탱할 수 있었던 것은 옆에서 같은 마음으로 함께하는 파트너가 있어서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