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차 '스타시옹F'…1000여개 스타트업 '길드'로 뭉쳤다

스타트업 판 키우자
(1) 프랑스의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창업 후발주자 프랑스의 변신
핀란드 부활의 주역 '슬러시'
지난 7일 찾은 프랑스 파리 13구의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캠퍼스 ‘스타시옹 F’.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네이버, LVMH(루이비통모에헤네시), 아디다스 등 글로벌 기업들의 로고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들 글로벌 기업이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선발된 스타트업들이 이곳에 둥지를 틀고 있다. 한국 네이버가 육성하는 라이프스타일 정보공유 스타트업 ‘투드’의 마크 아탈라 대표는 “입주 후 주변 스타트업과 협업을 통해 앱(응용프로그램) 사용자환경 개선 방법, 소비자 마케팅 노하우 등을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타시옹 F는 세계에서 몰려온 인재와 기업, 자본이 한데 어울려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는 ‘스타트업 얼라이언스(동맹)’의 성공모델로 꼽힌다.
전 세계에서 모인 창업자, 투자자, 대기업 등이 프랑스 파리 13구에 있는 ‘스타시옹 F’에서 새로운 서비스 개발을 위해 협업하고 있다. /파리=서기열 기자
기술, 인재, 자본 흡수하는 프랑스

‘올드 경제’로 대표되는 유럽 국가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 주도권을 잡기 위해 일찌감치 스타트업 육성 분야에 정책 초점을 맞추고 있다. 프랑스는 2013년 첫선을 보인 스타트업 육성정책 ‘라 프렌치 테크’를 지난해 말 업그레이드했다. 프랑스 내에 38개, 서울을 포함해 해외에 커뮤니티를 조성해 스타트업 생태계의 글로벌화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김보선 라프렌치테크 서울 공동대표는 “라프렌치테크는 전 세계 기술 인재를 모으기 위해 정부와 민간의 협업모델을 통해 혁신적인 시도를 멈추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투자규모는 프랑스의 스타트업 육성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해 프랑스 스타트업 투자는 2017년보다 41% 늘어난 36억유로(약 4조8000억원)에 달한다. 투자 증가율이 독일(39%), 영국(6%) 등을 크게 앞선다.

‘성공DNA’ 공유하는 스타시옹 F

민간 차원에서는 ‘스타시옹 F’가 인재와 자본을 빨아들이고 있다. 프랑스 통신사 ‘프리’의 창업자 자비에르 니엘이 사재(2억5000만유로·약 3338억원)를 털어 유휴 철도역을 재개발해 만든 공간이다. 2017년 6월 개관한 이곳에는 세계 78개국에서 온 1000여 개 스타트업이 무한경쟁을 벌이고 있다. 외국기업은 입주기업의 3분의 1 정도다. 애플, 구글, 아마존, OVH(유럽 최대 클라우드 컴퓨팅업체) 등은 이들 스타트업에 성공DNA(유전자)를 이식하고 있다. 또 페이스북 등 글로벌 기업들은 스타시옹 F의 파트너사로 30여 개 프로그램을 통해 스타트업을 직접 육성한다. 퓨처셰이프, 크리에이티브밸리 등 수십 개 벤처캐피털(VC)은 유망한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투자 타이밍을 저울질하고 있다.이곳에서는 국경을 초월한 스타트업 기업·기술 간 합종연횡이 활발하다. 네이버는 ‘스페이스 그린’이라는 자체 프로그램을 통해 소비자 서비스 분야의 16개 스타트업 육성에 나섰다. 국내 스타트업 ‘위시어펀’과 ‘커넥위드’는 프랑스 기관의 도움을 받아 스타시옹 F에 입주했다. 이들의 타깃시장은 유럽이다.

모바일 쇼핑목록 서비스업체인 위시어펀의 이단비 대표는 “서로 다른 업종, 서로 다른 성장단계의 스타트업 7~8곳이 한 개의 길드로 뭉쳐 각자의 경험을 공유한다”며 “스타시옹 F에 입주한 뒤 글로벌 VC로부터 투자 문의도 쇄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스타트업 창업국가 핀란드”핀란드는 스타트업 창업국가로 변신에 성공했다. 세계 최대 모바일업체인 노키아의 몰락 후 일찌감치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에 눈을 돌린 덕분이다.

알토대에서만 한 해 창업하는 스타트업이 70~100개에 달한다. 이 대학에서 활동 중인 스타트업은 1000여 개로 집계된다.

세계 최대 스타트업 축제로 손꼽히는 ‘슬러시’는 핀란드 스타트업 생태계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이벤트다. 지난해 12월 열린 슬러시에는 세계 130여 개국에서 스타트업 관계자 3100명, 투자자 1600명 등 2만 명이 몰려들었다. 2008년 시작한 슬러시는 2011년부터 알토대 창업동아리 ‘알토이에스’가 주도하며 전 세계 창업자와 투자자를 끌어모으고 있다.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금의 절반 이상이 해외에서 유입됐다. 핀란드VC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핀란드 스타트업에 투자된 금액은 479억유로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외국계 투자금은 291억유로로 전체의 60.8%를 차지한다. 외국 투자금 비중은 2017년 이미 절반(57.0%)을 넘어섰다.

이처럼 활발한 핀란드 스타트업 생태계와 협력하기 위해 중소벤처기업부는 내년에 코리아스타트업센터(KSC)를 핀란드 헬싱키에 설립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스타트업이 혁신을 촉진하고 핀란드를 발판으로 유럽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돕기 위해서다. 올 11월에 개최할 한국 스타트업 콘퍼런스 ‘컴업’의 흥행을 위해 슬러시와 협업한다.세계 주요국은 슬러시를 롤모델 삼아 스타트업 관련 콘퍼런스를 키우기 위해 혈안이다. 오스트리아의 파이어니어를 비롯해 웹서밋(포르투갈), 스타트업익스트림(노르웨이), TNW(네덜란드), SXSW(미국) 등이 스타트업 축제로 자리잡았다. 이곳에서 글로벌 기업과 자본이 만나 스타트업 생태계의 판을 키워나가고 있다.

파리·헬싱키=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