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이 말하는 검찰 기업수사 네 가지 트렌드…"기업 수사 총량 늘어났지만 무죄율 높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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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촌, 사내 법무팀 대상 세미나“검찰의 기업 수사 접근 방식이 소수 사건에 완벽을 기하는 것에서 다수 사건을 공격적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수사 방식도 다소 거칠어지고 있어요.”
디지털 증거 수색 강화되는 추세
수사기관과 '키워드 협상' 잘해야
지난 19일 법무법인 율촌이 연 ‘기업 수사의 변화 양상과 사내 법무팀의 역할’ 세미나는 기업을 대하는 검찰의 최근 모습을 다각적으로 짚어냈다. 김경수 율촌 변호사(사법연수원 17기)는 세미나에서 검찰의 기업 수사 트렌드를 네 가지로 꼽았다. △수사 총량 증가 △수사 정밀도 악화 △디지털포렌식 강화 △해외 공조 수사 증가 등이다. 그는 “(기업과 관련한 사건을) 형사 문제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아지다 보니 수사의 절대량이 늘어나고 과거에 비해 무죄율이 높아지는 등 수사 정밀도가 떨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대구고등검찰청 검사장 출신으로 ‘마지막 중앙수사부장’을 맡았던 김 변호사는 검찰에서 얼마 전 율촌으로 자리를 옮겼다.세미나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폐지가 예고돼 검찰의 직접 수사 가능성이 열린 데다 국세청 등 다른 기관의 고발이나 수사 의뢰도 많아지는 추세여서 기업들이 마주해야 하는 형사사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왔다.
검찰 출신인 이영상 율촌 변호사(29기)는 “전통적인 특수부와 형사부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변호사에 따르면 국내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형사부에는 특수통 검사들이 포진해 있으며 자동차 배출가스 조작 수사, 가습기 살균제 수사 등 중요 사건도 형사부가 담당하고 있다. 형사부에 배당됐더라도 여러 명이 구속되는 대형 특수수사로 커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사건 배당 단계에서부터 사내 법무팀이 준비태세를 갖춰야 한다는 게 이 변호사의 주장이다.
발표자들은 압수수색 대상이 기업의 전산 서버와 임직원의 스마트폰 등 디지털 증거로 이동하는 추세여서 각별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압수수색 결과로 과거 모든 행적이 고스란히 드러나면서 별건으로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크다고 봤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디지털 기기 압수수색 과정에서 사내 법무팀은 수사기관과 ‘키워드 협상’을 잘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수사기관은 ‘키워드 검색’을 통해 압수한 서버나 이메일 등을 분석하는데, 포괄적인 단어를 입력해 필요 이상의 데이터를 가져가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얘기다.사내 법무팀이 예전보다 해외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미국 뉴욕남부지검장 직무대리를 맡았던 미국 로펌 클리어리가틀립의 김준현 미국 변호사는 “미국에서 시작된 수사 또는 행정조사가 한국에서 사건을 촉발하거나 반대로 되는 상황이 이제는 쉽게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 국제형사과 근무 경험이 있는 이 변호사도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법무부와 외교부를 통해 사법 공조가 이뤄졌으나 지금은 한국 검사가 외국 검사와 직접 연락을 할 만큼 친밀해졌다”고 했다.
세미나에서는 사내 법무팀이 가장 우선 갖춰야 할 능력으로 소통이 꼽혔다. 이 변호사는 “기업들이 경영과 관련한 일반 자문 사건에서는 작은 이슈부터 큰 이슈까지 변호사와 적극적으로 얘기하는데 형사 분야에서는 그렇지 못하다”며 “사내 변호사들이 좀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할 부분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