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위원장 구속에…한줄 논평도 못하고 끙끙 앓는 靑·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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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혹스런 청와대·민주당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이 김명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 구속에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겉으로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입장이지만 속으론 “구속까지 시켜서 노동계와 갈등을 키울 필요가 있었느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보수야당 "당연한 결정"
당장 민주노총이 24일 청와대 앞에서 문재인 정부의 노동탄압 기자회견을 열고 강경투쟁 방침을 예고하는 등 김 위원장 구속을 계기로 ‘친노동 정부’를 표방한 문재인 정부와 민주노총의 갈등이 심해지고 있다. 민주노총의 불참으로 삐걱거리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파행의 장기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당혹스러운 청와대
민주노총 위원장 구속을 미처 예상하지 못한 청와대는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민주노총의 경사노위 참여를 설득해야 하는 마당에 김 위원장 구속으로 민주노총과의 갈등이 격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경사노위 불참 명분 등이 필요한 민주노총 입장에선 울고 싶은데 뺨 때려준 격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노동 현안이 많은 상황에서 민주노총 위원장이 구속돼 부담스럽다”며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 기조와는 무관한 사법부의 개별적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여권과 노동계 일각에선 온건파인 김 위원장이 민주노총 내부 강경파와의 선명성 투쟁을 위해 일부러 구속을 자초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경사노위 참여 견해를 밝힌 김 위원장은 현대자동차 등 강경파가 속한 금속노련 등의 반발에 대의원 회의에서 안건이 무산되는 등의 수난을 겪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지도부 3명이 구속된 상황에서 위원장을 불구속시키는 것은 형평성 차원에서 어려울 수 있겠지만 김 위원장이 법원의 영장 실질심사에서 자신이 지시했다며 달랑 한 장짜리 견해를 밝히는 등 다소 불성실한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그럼에도 여권 내에서는 김 위원장 구속이 노동계와의 갈등을 심화시키는 ‘촉매제’가 될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굳이 구속까지 시켜야 할 사안인지 의문”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민주당은 논평도 안 내
민주당은 지난 21일 김 위원장이 구속된 뒤 내부 논의를 거쳐 별다른 논평을 내지 않기로 했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처음엔 불법 시위로 나빠진 여론을 의식해 경찰이 요식행위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불구속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 김 위원장에 대한 선처 탄원서 작성도 거부했는데 당황스럽다”고 말했다.문희상 국회의장과 민주당은 20일 민주노총이 요구한 선처 탄원서 작성을 “사법부가 판단할 문제”라며 거부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이미 사법부의 판단이 내려진 상황에서 민주노총 내부를 자극하거나, 사법부에 반하는 목소리를 낼 수 없다는 게 중론”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민주당 일각에선 이번 김 위원장 구속을 계기로 분명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강경론도 나온다. 민주당의 한 원내 지도부는 “민주노총이 현 정부 파트너로 정권 창출에 기여했다는 점을 인정한다”면서도 “다만 이번 사건은 위법 행위가 분명했기 때문에 여당이 침묵하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보수 야당은 “법치 훼손에 무관용 원칙을 고수하는 게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전희경 한국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민주노총의 불법 양태가 법치주의를 흔드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민주노총이 대한민국 국민과 법 위에 군림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종철 바른미래당 대변인도 이날 “민주노총이 보여온 불법 폭력과 안하무인은 국민의 인내심을 넘어섰다”며 “대한민국이 시대착오적 ‘귀족노조’인 민주노총 천하가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이 대변인은 또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민주노총의 ‘촛불 청구서’를 의식해 이들을 감싸기만 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대한민국 경제와 진정한 노동 약자를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황제노총(민주노총)’의 호위무사 노릇만 하고 있다”며 “엄격한 법 집행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의당은 김 위원장 구속에 유감을 나타냈다. 정호진 정의당 대변인은 “‘노동존중 사회’를 표방한 문재인 정부에서 노동자 대표가 구속되는 상황이 벌어졌다”며 “이미 자진 출두해 성실히 조사를 받아 도주와 증거인멸은 구속 사유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정 대변인은 또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을 이행하라는 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를 무시하고 김 위원장을 구속한 것”이라며 “사회적 대화의 포기이자 국제적 망신”이라고 지적했다.
김형호/고은이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