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희, 못다 쓴 '신데렐라 스토리'

한때 단독 선두 질주했지만
3R서 트리플보기가 발목
마지막날 5타 잃고 7위
주연만큼 강렬했던 조연
“대회 마지막을 버디로 끝내서 너무 기뻤어요. 포천이 저에겐 포천(fortune)이 됐네요.”

한상희(29·사진)는 18번홀(파5) 마지막 버디 퍼트에 성공하자 마치 우승이라도 차지한 것처럼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렸다. 그린 주변에 몰려 있던 갤러리들도 이번 대회 최고 ‘히트 메이커’의 마지막 순간에 뜨거운 박수로 화답했다. 비록 우승은 놓쳤지만 ‘미생(未生)의 반란’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대회 내내 화제의 중심에 섰던 그에게 선후배 선수들은 물론 갤러리와 대회 관계자들의 격려가 이어졌다.한상희는 “오늘은 이전 라운드보다 버디가 나오지 않았는데 마지막 홀에서 버디가 나와 너무 기뻤다”며 마지막홀 세리머니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번 대회 생애 첫 정규투어 우승 기대를 높였던 한상희의 도전은 아쉬움으로 끝났다. 최종 합계 9언더파 277타 종합 순위 7위. 이번 대회 직전까지 지난 10년간 정규투어 누적 상금이 1억7000만원인 한상희는 이번 대회에서 상금 2000만원을 추가했다. 대회 첫날부터 절정의 퍼팅감으로 생애 첫 우승에 도전한 ‘미생’ 한상희는 우려했던 뒷심 부족에 발목이 잡히고 말았다.

한상희는 대회 첫날 4언더파(버디6·보기2)공동 6위로 시작해 둘째 날 하루에만 7타(버디8·보기1)를 줄이며 1타차 깜짝 선두에 올랐다. 그동안 정규투어와 2부투어를 오가는 들쭉날쭉한 성적에 ‘셔틀골퍼’로 불리던 그의 돌풍은 3라운드에서도 기세를 이어갔다. 3라운드 마지막 18번홀에서 예상치 못했던 트리플 보기를 범해 7타차까지 벌어졌던 2위와의 격차가 4타차로 좁혀졌지만 여전히 우승 가능성은 남아 있었다.대회 초반 혜성처럼 등장한 그에게 미디어와 갤러리의 관심이 쏟아졌다. 174㎝의 훤칠한 키에 경기 중간 환한 잇몸미소를 보이는 그에게서 팬들은 ‘늦깎이’ 신데렐라의 탄생을 기대했다.

그는 “어젯밤 긴장해서 밤새 한숨도 못 잤다”며 “긴장하지 않으려고 캐디를 아버지에서 친구로 바꿨는데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아쉬워했다.

전날 3라운드 18번홀의 트리플 보기 여파가 4라운드까지 이어진 것은 아닌지 물었다. 그는 “이전에 기대했던 것보다 버디가 많이 나와서 트리플 보기를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다”며 “우승은 놓쳤지만 그래도 이번 대회가 감을 잡는 좋은 기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한상희가 경기를 마치고 스코어 카드를 제출하려고 그린에서 걸어나오자 수십 명의 갤러리가 그를 에워싸 사인 요청을 해 눈길을 끌었다. 갑작스러운 인기가 싫지 않은 듯 그는 특유의 ‘잇몸 미소’를 연신 지어 보였다.

포천힐스CC=이선우 기자 seonwoo.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