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테크 4.0 시대'…8대 국방기술로 미래 전쟁 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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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약하는 한국 방위산업‘무기’는 지난 수만 년간 인류의 삶과 죽음을 결정지었다. 신석기라는 신형 무기의 등장이 그랬다. 구석기에 의존하던 수많은 종족은 절멸했다. 고고학적 증거물들이 이를 증명한다. 혁신적인 무기들은 때로 역사의 흐름을 바꿔놓기도 했다. 몇 날 며칠을 쉬지 않고 달릴 수 있는 몽골 기마병의 말이 대표적이다. 요즘으로 치면 초고속 탱크부대를 몰고 칭기즈칸은 유럽을 정복했다. 이 같은 역사는 앞으로도 되풀이될 것이다. 미래의 혁신을 누가 먼저 수용하느냐가 국가의 존망을 가를지도 모른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과거 경험해보지 못한 기술혁신은 먼 옛날 철기가 청동기를 대체한 것만큼의 충격을 던질 가능성이 높다. 미래전(戰)의 양상이 바뀔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미 미국 등 방위산업 선진국들은 아군의 인명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적군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하기 위한 기술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방위산업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유다.완전히 달라질 미래전의 양상
미래전은 공간이란 측면에서도 과거와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지상·해양·공중 중심의 전통적인 전장(戰場)에서 사이버와 우주로 공간이 확장되고 있다. 군 전문가들은 이를 ‘네트워크 중심의 5차원 공간’이라고 부른다. 전투 수단의 혁신도 불가피하다. 인공지능(AI)은 무수한 전투 데이터에 기초해 전쟁의 복잡한 전개를 계산해낸다. 드론 등 무인기와 적의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스텔스기(機)가 상공을 지배하고, 바닷속에선 무인 잠수함이 돌아다니며, 육지에선 보다 빨리, 멀리, 정확하게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이 날아다닌다. 이것이 미래 전쟁의 모습이다. 이 중에서도 핵심은 무인화와 사이버전(戰)이다. 다양한 유형의 로봇이 전투원을 대신해 정보를 수집하고, 표적 식별 및 추적 기능을 수행한다. 지뢰·기뢰 설치도 무인 로봇의 몫이다. 요인 암살은 눈에도 안 보이는 초소형 드론이 수행한다. 무인 로봇을 움직이는 것은 네트워크다. 이를 무력화하기 위한 사이버전쟁이 한층 가열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에 따라 전자기파, 고출력마이크로파, 고에너지레이저 등 다양한 신개념 무기체계가 등장하고 있다.8대 국방 핵심기술 선정우리 군도 이 같은 흐름을 인식,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8대 핵심기술을 선정하고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올해 투입될 예산은 약 740억원이다. 지휘통제·통신 분야에선 실시간 3차원 정밀표적 추출 및 매칭 기술이 핵심이다. 항공·우주 분야는 드론봇 통합작전과 유·무인기 상호 운용을 위한 공통 아키텍처와 표준 프로토콜 개발이 앞으로 주어진 과제다. 감시·정찰 분야 또한 시급하다. 최근의 북한 ‘목선 귀순’ 사례가 보여주듯이 경계 태세 강화는 한반도 평화의 분위기가 무르익을수록 더욱 주목받기 마련이다. 우리 군은 합성개구레이더(SAR) 위성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방위사업청은 올 3월 18일 국회 업무보고에서 SAR 설계 검토 회의를 2021년부터 시작하는 방안을 보고한 바 있다. SAR 위성은 구름이 끼거나 야간에도 지상 목표물을 촬영할 수 있다. 북한이 탄도미사일 이동식발사대(TEL)를 주로 밤에 움직이기 때문에 SAR 위성은 필수다. 미국이 운용 중인 KH 정찰위성은 주야간 전천후로 지상에 있는 물체를 30~50㎝ 해상도로 포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완벽한 감시·정찰이 이뤄지려면 위성 SAR 영상을 해독하느 데 쓰일 표적 탐지식별 기술 개발이 필수적이다. 화력·기동·방호·함정 분야에선 복합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무인 기술 개발과 이를 움직일 고성능 컴퓨팅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
‘밀리테크 4.0’ 경쟁 시대
해외 방산 강국들과 비교하면 아직 우리 군의 4차 산업혁명 수용 정도는 늦은 편이다. 그나마 민간 방산업체들과 대학들이 선도적인 연구개발(R&D)에 나서면서 부족한 점을 메워주고 있다. 이와 관련, 서울대 공대는 최근 ‘밀리테크 4.0’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강조한 바 있다.무인·로봇 분야에선 다양한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국방과학기술연구원이 네트워크 기반의 다목적 견마형 로봇을 개발 중이다. 한국해양연구원이 설계하고 대양전기공업이 제작한 자율항해 무인기뢰처리기도 주목할 만하다.
인공지능 분야에서도 활발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 엑소브레인을, 포스텍은 차세대 기계학습을 연구하고 있다. 민간에서 빅데이터에 기반해 지식학습 기술을 개발하고, 국방에선 감시·정찰 위주의 기술에 집중하고 있다.
사물인터넷(IoT)도 놓쳐서는 안될 과제다. 통신사와 포털업계가 개발 중인 기술들을 어떻게 군에 접목하냐가 관건이다. 지능형 IoT는 네이버가 음성인식대화시스템을, 카카오는 대화형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보안 문제가 선결과제인데 국가수리과학연구소가 IoT 기기에 적합한 암호알고리즘을 설계 중이다.미래전에 대비한 민·군 협업은 청와대에서도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있는 사안이다. 46조원에 달하는 국방 예산을 제대로 활용해 민간에 낙수 효과가 나도록 하라는 게 문재인 대통령의 일관된 주문이다.
이를 위해 방위사업청은 국방 R&D 체제를 혁신 중심으로 바꿔가고 있다. 국방과학기술혁신 촉진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국방 R&D 수행 방식을 계약에서 협약 방식으로 전환하는 게 골자다. 이렇게 하면 기술 개발 실패에 따른 민간의 부담이 대폭 줄어들 수 있다. 개발성과물(지식재산권)도 국가 독점이 아닌 민간기업과 공동 소유로 개선할 계획이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