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 로힝야족 성명 '속빈 강정'…로힝야 표현도 피해

외신 "아세안 정상들, 미얀마 정부 비판 꺼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들이 공동성명에서 로힝야족 사태를 언급했지만, 잔학행위 및 송환작업 지연에 대한 책임소재를 비껴가면서 '원론적' 선언에만 그쳤다는 지적이 나올 전망이다. 24일 외신에 따르면 아세안 10개국 정상들은 전날 방콕에서 열린 아세안 정상회의를 마치면서 낸 공동성명에서 "미얀마 정부는 난민들의 안전하고 품위 있는 방식으로의 자발적 귀환을 용이하게 하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성명에서는 로힝야족(Rohingyas)이라는 단어 대신 난민들(displaced persons)이라는 표현이 사용됐다.

다만 성명은 "미얀마 정부에 의해 설립된 독립적인 조사위원회가 인권 침해로 알려진 부분들에 대한 독립적이고 공정한 조사를 통해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찾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로이터 통신은 이와 관련, 아세안 정상들이 미얀마 정부를 비판하는 것은 꺼렸다고 보도했다.

인권단체들은 정상회의에 앞서 아세안 정상들이 로힝야족 사태의 근본 원인에 대한 지적 없이 송환 문제에만 관여하려 해서는 안 된다며 미얀마 정부를 압박할 것을 촉구해왔었다.

'속빈 강정' 같은 공동성명이 나온 데에는 미얀마 실권자인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역이 정상회의에 참석, 미얀마 정부의 해결 노력을 주장한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교도 통신은 외교 소식통을 인용, 수치 자문역이 로힝야 문제에 대해 정말로 복잡한 사안이며 미얀마 정부는 해결책을 찾는 중이라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미얀마군은 2017년 8월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로힝야족 반군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이 대미얀마 항전을 선포하고 경찰초소를 공격하자, ARSA를 테러 단체로 규정하고 토벌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로힝야족 마을들이 초토화되고 수천 명이 사망했다. 사태의 여파로 로힝야족 74만명 이상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 난민촌에 거주하고 있다.

이에 미얀마와 방글라데시는 2017년 말 로힝야족 난민을 본국에 송환한다는 데 합의하고 2018년 초 송환을 시작하려 했지만, 신변안전을 우려한 난민들의 반대와 미얀마 정부의 소극적 태도 등이 겹치면서 진전이 없는 상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