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의 '안전 DNA'…이 車에 다 담겼다

사고 나면 에어백 강도 자동 조절
갑자기 사람 나타나면 스스로 제동

안전실험 차량 'ESF'
메르세데스벤츠가 최근 공개한 새 안전실험 차량 ‘ESF 2019’. GLE를 토대로 만들었고, 벤츠의 미래 안전기술이 대거 장착됐다.
메르세데스벤츠에는 ‘ESF’라고 불리는 차량이 있다. 안전실험 차량(Experimental Safety Vehicle, 독일어로 Experimentelles Sicherheitsfahrzeug)을 부르는 말이다. 벤츠는 1970년대 초부터 ESF를 개발해 차량 안전을 확보하는 데 활용했다. 벤츠는 △피할 수 없는 사고로 인한 피해의 최소화 △사고 발생 전체 단계를 고려한 안전사양 강화 △사고 발생 후 상황에 알맞은 안전장치 도입이 ESF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ESF를 통해 다양한 장치를 시험하고 이를 양산차에 접목하는 방식이다.

벤츠는 지난 10~13일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서 열린 제26회 ESV(ESF의 영어표현) 콘퍼런스에서 새 안전실험 차량 ‘ESF 2019’를 공개했다. ESV 콘퍼런스는 차량 안전 분야의 국제 협력을 위해 관련 기술을 전시하고 공유하는 행사다. 이번에 공개된 ESF 2019는 벤츠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LE를 토대로 개발됐다. 다양한 형태의 자율주행을 지원하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량(PHEV)으로 만들어졌다. 회사 관계자는 “이 차는 미래를 겨냥한 벤츠의 안전기술 혁신을 제시할 뿐만 아니라 양산모델에 적용하기 위해 개발하고 있는 다양한 기술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ESF 2019는 자율주행 모드를 활성화하면 운전석의 스티어링휠과 가속 페달, 브레이크 페달 등을 안쪽으로 밀어 넣는다. 운전자의 안락함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내부 공간을 넓히는 효과도 있지만 충돌사고가 발생할 때 페달로 인한 하체 부상의 위험성을 출이는 효과도 있다. 스티어링휠을 사용하는 일반주행 상황에서 에어백이 터지면 스티어링휠은 자동으로 10㎝가량 안으로 들어간다. 운전자의 안전을 위해서다.

자동차가 충돌하기 전 어린이의 무게와 체형을 분석해 안전벨트와 에어백의 강도를 조절하고 카시트의 위치를 바꾸는 ‘프리 세이프 차일드’ 기능도 있다. 사각지대에서 갑자기 나타나는 보행자나 자전거를 인지해 운전자에게 경고하고 알아서 제동을 거는 ‘브레이크 어시스트’도 포함됐다.

올라 칼레니우스 신임 다임러 이사회 의장 겸 벤츠 승용부문 회장은 “안전은 벤츠 브랜드의 DNA에 내재돼 있다”며 “벤츠는 ESF 연구를 통해 안전에 대한 아이디어를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미래 모빌리티(이동수단) 시대에 맞춰 벤츠가 연구하고 있는 혁신 기술이 ESF에 대거 포함됐고, 이 중 일부는 머지않은 시일에 양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메르세데스벤츠가 1974년 공개한 안전실험 차량 ‘ESF24’.
벤츠는 1970년대부터 안전실험 차량을 통한 자동차 안전시스템 연구를 이어왔다. 1971~1975년 열린 ESV 콘퍼런스를 위해 30종 이상의 연구용 차량을 개발했을 정도다. 이후에도 꾸준히 충돌 시험을 해왔다.

이때 개발된 안전실험 차량 중 가장 유명한 모델은 1974년 공개된 ESF24 차량이다. 벤츠는 S클래스를 개조한 이 차량을 영국 런던에서 열린 제5회 ESV 콘퍼런스에서 처음 공개했다. ESF24를 통한 실험을 거쳐 1978년 브레이크잠김방지장치(ABS), 1980년 운전자 에어백, 1995년 벨트 장력 제한 장치 등이 양산 모델에 장착됐다.벤츠는 2009년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열린 제21회 ESV 콘퍼런스에서 ESF 2009를 선보였다. 이 차량에도 최신 안전 기술들이 대거 적용됐다. 이 차에 포함됐던 기술도 대부분 양산차에 탑재됐다. 회사 관계자는 “벤츠는 운전자와 보행자 등 모든 도로 이용자를 사고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법률이 규정한 안전 요건보다 한층 엄격한 내부 기준을 마련해 이를 차량에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