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北어선 폐기' 브리핑 놓고 공방…김연철 '호된 신고식'

국회 외통위…與 "브리핑 취지, 잘못 보도" vs "野 "통일부 멋대로 브리핑"
'北선원 2명 송환 조치' 공방도…"잘한 일" vs "고작 2시간 조사"
野, 강경화에 십자포화 "한국외교 참사…韓, G20 회의서 '왕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25일 전체회의에서는 북한 어선의 삼척항 입항 사건과 이와 관련한 정부의 대응이 도마 위에 올랐다.특히 지난 18일 통일부가 "북한 어선을 폐기한 것으로 안다"고 잘못 브리핑한 것을 두고 야당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관련 업무보고를 위해 외통위 회의장에 나온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국회의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 없이 지난 4월 8일 취임한 김 장관의 관련 상임위 출석은 이번이 처음이다.자유한국당 강석호 의원은 김 장관을 향해 "합동정보조사팀 이야기를 들어보면 정보 수집을 위해 절대 배를 폐기하면 안 된다고 한다"며 "통일부가 무슨 권한으로 선장 동의 하에 배를 폐기했다고 멋대로 브리핑하느냐"고 추궁했다.

같은 당 유기준 의원도 "선장 동의를 받아 배를 폐기했다고 발표했는데 지금 선박은 어디에 있느냐. 중요한 증거물인데 왜 폐기했다고 했느냐"고 따졌다.

같은 당 정양석 의원은 "김 장관은 청문 과정에서 여러 검증 결과 부적격한 후보자였다.이제 와 아무 일 없었던 듯 회의를 진행하는 게 괜찮은지 모르겠다"며 유감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이에 맞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야당이 통일부 브리핑 문제를 빌미 삼아 불필요한 정치 공세를 펼치고 있다며 방어막을 쳤다.

민주당 이석현 의원은 "통일부 브리핑의 취지가 잘못 보도된 것"이라고 했고, 같은 당 박병석 의원은 "선박 폐기 여부는 이번 사건의 본질이 아님에도 논란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이와 관련해 김 장관은 "매뉴얼에 따르면 매우 낡아서 사용하기 어려운 선박은 선장 동의하에 폐기하게 돼 있다"며 "통상 매뉴얼에 따라 한 것이고, 문제가 돼서 현재 배는 1함대에서 보관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매뉴얼을 보완할 게 있다면 이번 기회에 보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 문제가 국회에서 재차 논란이 되자 출입 기자들에게 "실제 폐기했는지 안 했는지 확인하지 않고 '폐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브리핑한 것은 표현상의 잘못"이라고 인정하기도 했다.
여야 의원들은 북한 선원 4명 가운데 2명을 북에 돌려보낸 것을 두고도 공방을 벌였다.

민주평화당 천정배 의원은 "목선이 하룻밤 동안 엔진을 끄고 대기했다는 것은 귀순 아니겠느냐"며 "4명 모두 귀순 의사를 갖고 있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인데 정부는 단 1차례 합동신문만 하고 부랴부랴 돌려보냈다.

의혹이 크다"고 했다.

무소속 이정현 의원은 "북한 선원 2명을 고작 2시간만 조사하고 북에 보냈는데 있을 수 있는 일이냐"며 "과거 사례를 보면 많은 신문을 하고 조사한 끝에 정말 귀환 의사가 있는지 확인하고서야 송환했다"고 말했다.

한국당 유기준 의원은 "처음부터 이들은 귀순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며 "간단히 2시간 조사하고 보냈는데 이런 예가 있느냐. 문제가 있으면 장관이 책임지겠느냐"고 물었다.

이에 김 장관은 "통상 3∼4명이 내려왔을 때 다시 돌아가겠다고 하는 경우가 1∼2명이 된다.

이런 사례는 적지 않았다"며 "왜 2시간 만에 돌려 보냈는지에 대해서는 통일부가 합동신문에 참여하지 않아 정확히 통보받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사 사례를 봐도 송환까지는 2∼5일 걸렸다"며 "2015년 12월의 경우 하루 만에 송환한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이석현 의원은 "왜 3일 만에 급히 돌려보냈느냐고들 하는데 오래 억류했으면 또 오래 억류했다고 뭐라 했을 것"이라며 "남을 사람은 남기고 보낼 사람을 신속히 보낸 건 잘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당 박병석 의원도 "박근혜 정권 시절인 2015년에는 하루 만에 3명을 돌려보내기도 했다"며 "왜 3일 만에 보냈냐는 것은 전례에 볼 때 시비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야당 의원들은 김 장관과 함께 출석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도 집중 포화를 날렸다.

평화당 박주선 의원은 한국과 일본 기업의 출연금으로 강제징용 피해자에 위자료를 지급하자는 한국 정부의 제안을 일본이 거부한 것을 두고 "한국 외교의 참사"라며 "정부가 우리 민간기업에 이런 제안을 한 것은 직권남용이고 다음 정부의 적폐청산 1호 과제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강 장관은 정부의 기업 출연금 압박 의혹에 대해 "구체적 이름을 말하기는 어렵지만 자발적으로 기여하겠다는 기업이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며 "핵심은 일본 기업이고, 사전에 자발적 의향을 보내온 기업들이 추가로 참여할 것"이라고 답했다.

바른미래당 정병국 의원은 "외교부는 피해당사자 동의도 없이 강제징용 배상 지원책을 덜컥 발표했고 일본은 거절했다"며 "끊임없이 물밑 대화를 하면서 합의안을 만들었어야 했다.

이러니 한국 외교부가 G20(주요 20개국) 회의에서 왕따라는 소리를 듣는다"고 쏘아붙였고, 강 장관은 "G20 왕따라는 말에는 어폐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반면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야당은 오랜만에 열린 국회에서 말꼬리 잡기에 온갖 억측으로 시비하고 있다"며 "야당은 전쟁범죄, 인권잔혹사는 언급하지 않으며 국익에 커다란 손해를 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여당 의원들은 대한민국 국민에 대한 북한 관광을 허가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민주당 대표인 이해찬 의원은 김 장관에게 "북한 관광이 유엔 제재대상이라 못 가는 것으로 잘못 아는 분이 많다"며 "정부가 북한 관광을 권장까지 하진 않더라도 허가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이에 김 장관은 "우리 국민이 북한 관광을 하려면 북한주민 접촉 승인 절차가 필요하다"며 "신변안전 보장에 대한 부분도 갖춰져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