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돼지 이베리코를 위한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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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산 흑돼지 전문점 ‘OOO흑돼지’는 작년 ‘OOO이베리코흑돼지’로 상호를 바꿨다. 스페인 토종 흑돼지인 이베리코를 찾는 소비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제주산과 스페인산 흑돼지를 함께 팔기로 하고, 전국 10여 곳 가맹점의 메뉴와 간판을 바꿨다.

이 프랜차이즈는 그러나 다시 간판과 메뉴판을 바꿔야 할 처지에 놓였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이베리코는 100% 흑돼지가 아니므로, 흑돼지라고 간판이나 메뉴에 표기하면 과장광고 혐의로 7월부터 영업정지가 내려질 수 있다”는 안내문을 보낸 것. 외식업계는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스페인 정부의 규정에는 ‘이베리코는 강렬한 검정과 검정 계열의 다양한 체색(體色)을 나타낸다’고 돼 있다. 식약처는 “100% 흑색이 아니기 때문에 흑돼지라고 하면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학계에 따르면 흑돼지를 구분하는 유전적 판별법은 없다. 털의 색깔을 통해 ‘백색돼지’와 ‘유색돼지’를 나눌 뿐이다. 흑돼지로 알려진 버크셔 품종도 교잡에 의해 흰 점이나 검붉은색을 띨 수 있기 때문에 돼지의 색깔로 고기 등급을 매기지 않는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은 “돼지털의 유전자 분석을 통해 유색돼지 품종이 섞였는지, 백색돼지로만 이뤄졌는지를 판단할 수 있을 뿐 100% 흑돼지를 가려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흑돼지’는 제주도와 지리산 일대에서 키운다. 시장에 나오는 95% 이상이 백색돼지이기 때문에 희소성에 따른 프리미엄이 붙는다. 일반 양돈 농가들은 대량생산에 유리하도록 개량한 삼원교잡종을 주로 키운다. 영국산 요크셔(Y), 미국산 듀록(D), 랜드레이스(L) 등을 합친 종이다.

식약처의 논리에 따르면 시중에서 팔고 있는 ‘제주산 흑돼지’ ‘지리산 토종 흑돼지’ 등 ‘흑돼지’가 붙은 모든 상호와 제품이 다 과장광고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점박이 돼지나 검붉은 돼지도 전부 ‘흑돼지’로 알고 팔아왔는데, 이베리코만 규제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