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한령 여파에도 중국시장 뚫는 K뮤지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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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버킷 리스트' '빨래' '미용명가' '랭보'…2016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한한령(限韓令·한류제한령) 여파에도 국내 창작 뮤지컬이 중국 무대에 잇달아 오르고 있다. 최근 ‘마이 버킷 리스트’ 라이선스 공연이 중국 13개 도시 투어를 확정한 데 이어 ‘랭보’도 올 하반기 중국에서 라이선스 공연을 한다. 국내 대표 창작 뮤지컬인 ‘빨래’도 2017년 처음으로 중국에서 라이선스 공연을 펼친 데 이어 지난해에도 상하이와 베이징 무대에 연이어 올랐다. 방송, 영화, 클래식 등 다른 장르는 여전히 중국 진출이 가로막혀 있는 것과 상반된다. 이는 중국 내 뮤지컬 공연 수요가 늘어나면서 중국인이 중국어로 공연하는 현지화 작업이 쉬운 K뮤지컬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라이선스 판매부터 합작까지‘마이 버킷 리스트’는 시한부 소년 해기와 양아치 로커 강구가 ‘버킷 리스트’에 적힌 내용을 하나씩 실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16년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주최한 ‘K-뮤지컬 로드쇼’를 통해 중국 5대 뮤지컬 극장 중 하나인 SAIC·상하이문화광장과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한한령이 시작됐지만 예정대로 2017년 중국에서 초연됐다. 상하이, 항저우에서 공연해 오다가 베이징, 칭다오, 심천, 광저우 등 전국 13개 도시로 확대했다. 지난달 열린 상하이 상극장 공연을 시작으로 내년 1월까지 투어를 한다. 지난달 상하이 공연과 오는 8월 항저우 공연은 관람권 예매 시작과 함께 전회 차가 매진됐다.
'마이 버킷…' 中 13개 도시 공연
상하이·광저우에선 전회차 매진
'랭보'도 올 하반기 투어 시작
'청춘' 등 韓·中 합작도 잇달아
지난해 서울과 상하이에서 동시에 무대에 올랐던 뮤지컬 ‘랭보’도 올 하반기 중국 투어 공연을 할 예정이다. ‘빨래’도 2016년 중국 초청 공연을 한 이후 2017년 처음으로 중국에서 라이선스로 제작해 공연했고 지난해에도 두 차례 무대에 올랐다. 뮤지컬 ‘미용명가’의 라이선스 공연도 3년 만에 중국 무대에 올랐다. 5~6월 두 달에 걸쳐 난징, 양저우에서 공연하고 있다.
예술경영지원센터가 매년 중국 현지에서 한국 뮤지컬을 소개하는 ‘K뮤지컬 로드쇼’를 통해 지난 3년간 ‘마이 버킷 리스트’를 포함해 19편의 뮤지컬 판권이 중국에 판매됐다. 오는 9월에도 ‘루드윅:베토벤 더 피아노’ ‘리틀 뮤지션’ ‘땡큐 베리 스트로베리’ ‘마리 퀴리’ 등 4편이 이 행사에서 소개된다.한·중 합작도 활발하다. 올해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에도 한·중 합작 뮤지컬 두 편이 참가했다. 지난 21~23일 ‘청춘’이 공연됐고, 오는 29~30일엔 ‘시간 속의 그녀’가 무대에 오른다. 지난해에는 중국 투자사가 국내 창작뮤지컬 ‘벤허’와 ‘프랑켄슈타인’에 각각 100만달러를 투자하기도 했다. 한국 뮤지컬이 중국 자본으로부터 직접 투자를 받은 최초의 사례다. 이 작품들의 현지 투어 공연도 추진되고 있다.
서양 작품보다 현지화 쉬워 선호
중국 뮤지컬 시장은 아직 크게 발달하지 못했다. 서양 작품이 대부분으로 중국 내 창작 뮤지컬은 찾아보기 힘들다. ‘뮤지컬 연출가’라고 할 만한 사람도 많지 않다. 하지만 중국에서 각종 공연을 즐기려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뮤지컬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중국 공연제작자들이 한국 뮤지컬을 눈여겨보는 것은 문화가 비슷하고 현지화가 쉬워서다. 김도일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는 “한국과 중국 문화는 서로 비슷한 부분이 많아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쉽다”며 “특히 가족이나 인간적인 이야기를 다룬 한국 뮤지컬들이 중국 관객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국내 뮤지컬 제작사들도 내수 시장이 한계에 이른 만큼 중국 시장 진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뮤지컬 평론가인 원종원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는 “중국에서 본격적인 공연 소비 시장이 형성되면 파괴력이 엄청날 것”이라며 “그 전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여전히 주의해야 할 점들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김 대표는 “청소년 사이에서 팬덤이 형성될 수 있는 한류 스타 출연은 허용되지 않고 있다”며 “K뮤지컬 로드쇼도 이를 조건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원 교수도 “티켓 판매 대행사가 거의 없고, 투명한 매출 구조를 파악하는 것도 아직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