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 軍 흔드는 국가엔 평화도 번영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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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은 나라를 지키고, 국민은 軍을 지킨다어제는 6·25전쟁 발발 69주년이었다. 호국보훈의 뜻을 다시금 새긴 하루였다. 한국경제신문사는 이날 호국보훈음악회를 열어 위국헌신한 분들을 기렸다. 호국보훈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나라의 보호 없이는 누구도 안전할 수 없다. 안전이 보장돼야 번영을 꿈꾸고 이뤄나갈 수 있다. 호국의 최전선에 있는 군(軍)은 그래서 더 소중한 존재다.
主敵 없애고 연합훈련 중단
軍 휘둘리게 만든 건 정치권
그런 군이 요즘 시련을 겪고 있다. ‘한국형 패트리엇’으로 불리는 천궁 오발사고에 이어 북한 목선의 ‘대기 귀순’ 사건까지 벌어졌다. “그것 봐라”는 식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군이 정비와 경계태세에 소홀함이 있었다면 비판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금도(襟度)가 있어야 한다. 부족한 점을 찾아내고 보완해서 더 튼튼한 강군(强軍)으로 거듭나게 하는, 애정을 담은 비판이어야 한다. 군을 향한 우리의 눈길이 어떤 것인지 차분하게 돌아봐야 할 때다.정부와 정치권부터 군을 대하는 자세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군은 최악의 상황이 벌어졌을 때 안전하게 나라를 지켜내는 것이 주 임무다. 최고 수준의 방위태세와 전투력을 갖추는 데 전념해야 한다. 대한민국 군이 그런 상황에 있다고 할 수 있는가. 정부와 정치권은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할 것이다. 정부가 한반도 평화를 이루는 방안으로 북한과의 다양하고 적극적인 대화를 선택했기에 더 그렇다. 이 과정에서 군의 분위기를 이완시키고 장병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최근의 군 사건·사고가 북한의 반발을 의식해 ‘키리졸브’ ‘독수리’ ‘을지프리덤가디언’ 등 대규모 훈련을 중단한 이후 불거졌다는 사실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야 정치권이 군을 정쟁의 도구로 삼는 모습은 더욱 걱정스럽다. 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최근 북한 목선 귀순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강원 동해 해군 1함대 사령부 방문을 사전 요청했지만, 이례적으로 거부당했다. 그럼에도 한국당은 현장 방문을 강행했다. 이를 둘러싸고 야당의 무리한 정치공세라는 시각과 함께 군의 방문 거부 결정에 여권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軍이 바로 설 수 있게 국민적 신뢰·사랑 보내야"
군이 이렇게 정쟁에 휘말리면 사기가 떨어지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으로 돌아온다. 한국이 세계 최빈국에서 세계에 7개국뿐인 ‘30-50클럽’(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넘으면서 인구 5000만 명 이상인 강대국)에 가입하는 대도약을 이뤄내는 데 튼튼한 안보가 크게 기여했음은 긴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안보 없는 경제 발전이 불가능함은 이스라엘 등 다른 나라의 예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강군 없이는 국익도 지켜낼 수 없다.
대한민국 구성원들은 군을 다시 확고히 세우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군이 정치의 영향을 받아 흔들리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 군이 당당하게 본연의 임무에만 충실할 수 있으려면 국민의 신뢰와 사랑이 전제돼야 한다. “국민이 믿고 사랑하지 않는 군은 설 자리가 없다”는 한 예비역 장성의 말 그대로다.군도 심기일전해서 강군으로 일어서기 위한 의지를 더 다져야 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평화의 여정을 걷는 과정에서도 국가안보에는 한순간도 빈틈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한국경제신문은 대한민국 국군이 안보와 평화를 믿음직하게 지키는 최강·최정예 조직으로 도약을 계속해나갈 수 있도록 격려와 응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이심기 정치부장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