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동물실험 372만 마리…실험동물 '중증도 이상' 고통받아

실험동물은 마우스·래트 등 설치류가 84.1%…약품 안전성 평가 등에 사용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시행된 동물실험에 372만 마리에 달하는 동물이 사용됐고, 시행 주체의 절반 가까이가 국가기관인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농림축산검역본부가 발표한 '2018년도 동물실험 및 실험동물 사용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동물실험윤리위원회는 전국에 385개가 설치됐다.

일반 기업체가 41%로 가장 많았고, 대학 31.4%·국공립기관 19%·의료기관 8.6% 순이었다.

동물실험을 실제로 시행한 362개 기관이 지난해 사용한 동물은 모두 372만7천163마리로 집계됐다. 기관당 평균 1만296마리꼴이다.

이는 전년도보다 20.9% 증가한 것으로, 기관별로는 국가기관이 47%나 증가했다.

의료기관은 9.1% 감소했다. 실험동물을 종류별로 살펴보면 마우스·래트 등 설치류가 84.1%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어류 7.2%, 조류 6% 순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전국 기관에 설치된 359개 위원회는 총 3만3천825건의 동물실험계획서를 들여다봤다. 기관당 평균 심의 건수는 94.2건에 달해 전년도 80.8건보다 16.6% 증가했다.

심의 결과 대부분인 2만4천127건(71.3%)은 원안대로 승인됐다.

8천265건(24.4%)은 수정 후 승인됐고, 1천268건(3.7%)은 수정 후 재심을 요구받았다.

미승인된 사안은 165건으로, 전체의 0.5%에 그쳤다.

검역본부는 "전년 대비 위원회 설치기관 수와 운영률은 93.3%로 비슷한 수준"이라며 "동물실험계획의 원안 승인 비율을 감소하고 수정 후 재심과 미승인 비율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동물실험을 하기 전 반드시 제출해야 하는 동물실험계획서는 동물의 종류·사용 방법·실험 방법 등에 따른 '고통 등급'을 기재하게 돼 있다.

고통 등급은 위원회 승인이 필요 없는 A 그룹부터 '중증도 이상의 고통·억압'을 의미하는 D 그룹과 '극심한 고통·억압이나 회피할 수 없는 스트레스'를 뜻하는 E 그룹까지 다섯 단계로 나뉜다.

조사 결과 E 그룹의 동물실험에 36.4%가 사용됐고, D 그룹도 35.5%나 됐다.

전체 실험 10건 가운데 7건 이상이 동물에게 중증도 이상의 고통을 안겨줬다는 의미다.

지난해 조사부터는 동물실험을 목적별로도 나눠 집계했다.

그 결과 품질관리나 약품의 안전성 평가 등 법적으로 요구되는 필수 실험에서의 동물 사용이 38%로 가장 많았다.

기초 분야 실험은 29.4%, 기초 분야와 임상 분야의 중간 단계인 '중개 및 응용연구 실험'이 24.1%로 각각 나타났다.

법적으로 요구되는 필수 실험에서는 일반 기업체가 89.1%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기초연구 분야에서는 대학이 61.4%로 절반을 넘겼다.

중개 및 응용연구 분야에서는 일반 기업체가 31.2%로 가장 많았다. 검역본부는 "이번 조사 결과는 앞으로 동물실험의 윤리성을 높이고 정책 방향을 설정하는데 활용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동물실험시행기관·동물실험 수행자와 함께 동물실험을 윤리적인 관점에서 검토하고 과학적으로 실천하고자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