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조 투자 '선물 보따리' 푼 사우디…총리가 공항서 영접 '극진한 예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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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큰 경협' 손잡은 韓·사우디세계 최대 갑부이자 글로벌 ‘큰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첫 한국 방문을 계기로 한국과 사우디 간 전방위 경제협력이 전면 확대될 전망이다. 사우디 왕위 계승자의 방한은 1998년 압둘라 왕세제 이후 21년 만이다.
무함마드 왕세자 첫 공식 訪韓
○사우디 ‘탈(脫)오일’ 비전에 공들이는 한국이낙연 국무총리는 26일 300여 명의 대규모 수행원과 함께 한국을 찾은 무함마드 왕세자를 직접 서울공항에서 영접했다. 이 총리가 취임 이후 공항으로 직접 나가 외국 귀빈을 맞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0조원의 선물보따리를 안고 방한한 ‘사우디 실세’에게 특급 예우를 갖춘 셈이다.
무함마드 왕세자의 방한은 이번이 처음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공식 초청으로 이뤄졌다. 2017년 책봉된 무함마드 왕세자는 사우디의 실권을 쥐고 있으며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실세이기도 하다. 사우디는 우리의 제1위 원유 공급국이자 제1위 해외건설 수주국이다. 동시에 중동 내 우리의 최대 교역국일 뿐만 아니라 최대 대(對)한 투자국이기도 하다.
정부는 사우디와 조선, 석유화학 등 기존에 협력해온 제조업 분야와 함께 로봇, 수소에너지 등 고부가가치 신산업으로 협력 분야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번 사우디 왕세자 방한을 계기로 칼리드 알팔리 산업에너지·광물부 장관과 자동차 및 수소경제 분야에 관한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도 했다.에쓰오일, 현대중공업, 현대오일뱅크, SK, 현대차, 한국석유공사, 로봇산업진흥원 등 국내 기업 및 유관기관들도 아람코 등과 83억달러 규모의 MOU 및 계약을 맺었다.
양국은 사우디가 진행 중인 △네옴(NEOM) 프로젝트 △홍해 프로젝트 △키디야(Qiddiya) 엔터테인먼트 신도시 건설 등 대규모 프로젝트와 관련해 긴밀한 협력을 약속했다. 석유 의존도를 낮추고 원전·스마트 시티 건설 등으로 도시를 탈바꿈하려는 사우디는 ‘비전 2030’을 추진 중이다.
○1000억달러 원전 시장 노린다사우디의 ‘비전 2030’ 중점 협력국으로 선정된 한국은 이번 왕세자 방한을 통해 사우디 현지에서 관련 협력 사업을 점검하기 위한 ‘비전 오피스’를 열기로 했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사우디 서북부 홍해 연안에 5000억달러를 들여 거대 경제자유구역을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네옴으로 불리는 이 지역에 500조원이 넘는 돈을 투입해 ‘스마트 시티’를 건설하는 게 목표다. 럭셔리 관광, 스포츠, 문화산업, 재생에너지, 바이오테크, 로봇공학, 첨단제조업을 포함하는 거대한 경제자유구역을 조성해 석유 중심 사우디 경제를 탈바꿈시키겠다는 의도다. 전례없는 대규모 신도시가 꾸려지는 만큼 우리 기업들에는 절호의 기회로 꼽힌다.
사우디 원전 분야 역시 탈원전 정책에 대한 비판 여론을 상쇄하기 위해 ‘원전 수출’에 사활을 걸고 있는 우리 정부가 공을 들이는 분야다. 한·사우디 양국은 이날 언론발표문을 통해 ‘원자력 에너지의 평화적 이용 분야에서의 지속적인 협력’을 강조했다. 사우디는 탈석유 에너지 계획에 따라 2030년까지 200억~300억달러를 투자해 1400급 원전 2기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원전 불모지인 사우디는 원자력 비중을 15%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업계에서는 15%를 달성하기 위해 1000억달러가량을 투입해 두 자릿수 신규 원전을 건설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