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인터뷰] "김정은, 결단력 있고 유연"…대화 파트너에 호평

김정은, 외교·경제분야서 실리 기반을 둔 결단 주저하지 않아
"김정은 결단 지속 추동할 수 있는 환경 조성 필요"

문재인 대통령이 대화 상대인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결단력 있고 유연한 지도자로 치켜세워 눈길을 끈다. 문 대통령은 26일 연합뉴스 및 세계 6대 뉴스통신사와 합동 서면 인터뷰에서 "나는 김정은 위원장과 여러 차례 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상당히 유연성이 있고 결단력이 있는 인물이라고 느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지난해 4월 1차 남북정상회담 때 결과 발표를 회담 및 합의의 역사성을 고려해 기자회견으로 전 세계에 생중계하자는 자신의 제의를 즉석에서 수용한 사실을 소개하며 결단력의 예로 꼽았다.

2000년과 2007년 남북정상회담의 공동성명은 서면 형식으로 발표됐다. 특히 북한은 최고지도자의 이미지 훼손 등 생중계의 위험성을 우려해 녹화방송을 선호했다는 점에서 판문점 정상회담 생중계는 파격 그 자체였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나는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 협상에서도 이런 유연성 있는 결단을 보여주기를 바라고 있고, 그렇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이 그런 결단력과 유연성으로 북미 비핵화 협상에 임하고 비핵화 조치도 과감히 취해야 한다는 기대를 표명한 셈이다. 이미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 시작된 한반도 정세 변화 속에서 실리를 앞세우며 일련의 파격적이고 결단력 있는 리더십과 유연성으로 유리한 대외 환경을 조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 대통령이 지난해 9월 평양 정상회담 당시 남측 대통령으로는 사상 처음 15만명의 평양 시민이 모인 능라도 5·1경기장에서 "핵무기와 핵 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을 육성으로 밝힐 수 있었던 것도 전적으로 김 위원장의 결단에 따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앞서 5월에는 외무성 고위관료들의 잇따른 대미 비난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취소하자 9시간도 안 돼 '위임'에 따른 '김계관 담화'로 전례 없이 유연한 입장을 보이며 대화 지속 메시지를 발신했고, 결국 선대에서 이루지 못했던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올릴 수 있었다. 경제정책에서도 김 위원장은 2012년 집권 직후부터 다양한 개혁적 실험을 추진해 2014년 '우리식 경제관리방법'이라는 표현으로 경제 각 부문에 무역의 자율화 등 실리적인 시장 경제적 요소를 대거 도입했다.

앞서 김정일 체제에서 '1보 전진, 2보 후퇴'를 반복하는 과정에 누더기가 돼버린 개혁적 조치들을 전부 양지로 끌어올려 확대함으로써 시장에 의한 경제 운영과 성장을 지속해서 견인·촉진했다.

또 경제 분야의 문제점 등 치부를 숨기지 않고 시정을 요구하는가 하면 현지지도에서 중앙과 지방 간부들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파격적 스타일을 드러냈다.
곽길섭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북한체제연구실장은 저서 '김정은 대해부'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부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달리 변화와 파격, 결단을 추구하는 스타일이라며 "경제난 등 북한 체제의 문제점을 아버지와 권력층의 탓으로 돌리면서 자신은 '그렇게 살지 않으려 한다'는 추론을 가능케 한다"고 분석했다.

결국 실리에 기반을 둔 김정은 위원장의 이런 파격적인 정책적 결단과 유연성이 비핵화 이행과 개혁·개방 확산으로 이어지게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실 '대중 정치'를 중시하는 김 위원장의 입장에서 그동안 핵을 체제 유지의 '만능 보검'이라며 선전하고 주민들을 세뇌한 만큼 그와 정반대인 핵 폐기의 명분을 확보하고 이를 과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체제의 핵심인 기득권 세력과 주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명분이 없다면 최고지도자의 결단이 힘을 잃고 지도력에도 상처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이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40여일만인 지난 4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한미 당국을 향해 거칠고 노골적인 비난을 쏟아낸 데는 '빈손' 귀환으로 실추된 리더십의 만회 속내도 담겼다고 할 수 있다.

반대로 북한이 지난 23일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낸 사실을 이례적으로 공개하고 특히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판단 능력'과 '남다른 용기'에 사의를 표하면서 "흥미로운 내용을 심중히 생각해 볼 것"이라고 보도한 것도 동일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가 김 위원장이 먼저 보낸 친서에 대한 답신임에도 이를 숨긴 채 마치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 '선(先) 행동'으로 포장함으로써, 내부적으로 또 한 번 김 위원장의 리더십을 과시하고 북미 대화 복귀의 명분을 쌓은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이날 서면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이 우려하지 않고 핵 폐기 실행을 결단할 수 있는 안보 환경을 만드는 것이 외교적 방법으로 비핵화를 달성하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