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우리금융을 '주인 있는 민영화' 테스트베드로 삼아 보자

정부가 그제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방안을 내놨다. 예금보험공사가 보유 중인 우리금융지주 잔여 지분(18.32%)을 내년부터 2022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나눠 팔겠다는 것이다.

이번 민영화 방안은 매각 완료시점을 명확히 제시했다는 점에서 시장의 불확실성을 상당부분 해소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정부가 “주가가 떨어져도 일정대로 팔겠다”고 밝힌 것은 ‘매각 흥행’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하지만 정부 지분 매각을 ‘진정한 민영화’라고 부르기에는 부족함이 많다. 이번 매각은 공기업 민영화가 과연 무엇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철학과 원칙을 재확인하는 과정이어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민영화 근본 취지는 경영 주체를 민간으로 한다는 것이고, 책임경영이 가능하도록 제대로 된 주인을 찾아주는 것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최고경영자(CEO)가 교체되는 등 각종 외압에 시달리는 KT 등의 사례에서 보듯 ‘주인 없는 민영화’는 정치권의 ‘놀이터’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우리금융지주 민영화를 추진하는 이유가 공적자금 회수에 그치지 않고 금융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것에 있다면 이번 매각을 ‘주인 있는 민영화’ 테스트베드(test bed·시험장)로 삼아볼 것을 제안한다. 우리금융지주가 주인을 만나 안정적인 지배구조 속에서 혁신의 주도자가 된다면 금융산업 전반의 경쟁력 향상을 견인하는 효과까지 거둘 것이다.

정부가 외국자본에도 동등한 입찰 기회를 준다고 한 마당에 국내 자본에 제한을 둘 이유가 없다. ‘은행법’과 ‘금융지주회사법’의 지분 소유 제한을 예외적으로 풀더라도 적임자를 찾아준다는 발상의 전환이 시급하다. 그래야 우리금융지주도 한국 금융산업도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