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송환법 시위 강경진압 논란에 英 "최루탄 수출 중단"

英외무 "독립적 진상규명 요구…中, 일국양제 합의 준수하라"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에 반대하는 홍콩 시민들을 경찰이 강경 진압해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하자 영국이 홍콩에 진상 규명을 촉구하며 최루탄 등의 수출을 중단하기로 했다. 25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 외신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제러미 헌트 영국 외무장관은 이날 의회에서 "홍콩에서 발생한 일은 중국이 향하려는 방향을 보여주는 리트머스 시험지와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홍콩 행정당국에 경찰의 시위대 폭력진압 의혹에 대한 독립적 진상규명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또, 최루탄 등 군중통제 장비의 홍콩 수출 허가 발급을 중단했다면서, 조사를 통해 홍콩 시민의 인권과 기본권적 자유에 대한 우려가 충분히 해소되면 수출을 재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홍콩에선 이달 12일 입법회 건물 주변에서 송환법 반대 시위를 벌이는 시민 수만 명을 경찰이 최루탄과 고무탄, 물대포 등을 동원해 진압하면서 81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경찰은 시위 현장을 취재하는 기자들에게까지 최루액을 뿌리고 욕설을 하며 사진 촬영을 방해했다.

온라인에는 눈에서 피를 흘리는 시위대와, 쓰러진 시민을 집단 구타하는 경찰의 모습 등이 담긴 사진과 동영상이 올라왔다.
해당 시위는 경찰이 진압에 나서기 전까지 대체로 평화적으로 진행됐지만, 홍콩 행정당국은 '폭동'으로 규정하며 강경 진압이 아니라는 입장을 보였다.

걷잡을 수 없이 여론이 들끓자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은 16일과 18일 거듭 시민들에게 사과했지만, 송환법의 완전한 철회나 행정장관직 사퇴는 거부했다.

홍콩 행정당국은 시위 현장에서 체포된 시민들에 대해서도 "법에 따라 처벌할 것"이란 입장을 굽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송환법에는 홍콩과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나 지역에도 사안별로 범죄인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홍콩 시민들은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중국 정부가 반체제 인사나 인권운동가를 본토로 송환하는데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 홍콩에선 2015년부터 반중(反中) 서적을 출판·유통한 업자 5명이 연쇄 실종되는 사건이 벌어졌고, 이후 이들은 중국 본토에서 공안의 조사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1997년 홍콩의 주권이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된 이후 중국 자본이 대거 유입돼 집값이 천정부지로 뛰고, 일자리 부족 현상이 심화한 것도 반중 정서에 불을 붙인 요인으로 꼽힌다.

홍콩은 주권반환 이후 50년간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원칙에 따라 고도의 자치권을 부여받기로 했으나, 중국은 최근 들어 강경 일변도의 대홍콩 정책을 밀어 붙여왔다.

이와 관련해 헌트 장관은 "우리는 합의를 준수할 것이다. 중국도 똑같이 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