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전국적 '붉은 수돗물' 대란에…철강업계, 수출 악재 턴다

'붉은 수돗물' 사태 경기 지역 확산
정부, 노후 기반시설 32조원 투자 결정
강관, 스테인리스 수요 늘어날 전망
업계 "수출 감소분 내수 판매로 메울 것"
인천시에서 촉발된 '붉은 수돗물(적수)' 사태가 서울, 경기지역까지 확산되며 전국적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정부가 노후시설 투자 확대를 결정하면서 위축된 철강업계에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상수도관을 만드는 주요 철강재인 '강관(pipe)'의 신수요가 창출되면서 미국의 쿼터제(수입 물량 제한)로 수출 악화일로를 걷는 업계에 숨통을 틔워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근 붉은 수돗물 현상은 인천에 이어 서울 일부 지역, 경기도 광주까지 번졌다. 피해 신고를 접수한 지자체들은 신속한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일부 피해지역에서는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사태의 심각성에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국내 노후 수도관 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붉은 수돗물의 핵심 원인은 노후화된 상수도관이다. 전문가들은 오래돼 녹이 슨 상수도관을 교체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조언한다.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에는 40년 이상 된 노후 수도관이 서울에만 138km에 이른다. 전국 수도관 중 21년 이상 된 수도관도 32.4%를 차지하고 있다. 16년 이상 20년 미만 된 수도관도 12.9%나 됐다.

상황이 이렇자, 정부는 지난 18일 국무회의를 통해 2023년까지 노후 기반시설 안전 강화에 32조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 5년간 연평균 투자금액의 2.5배에 달하는 규모다.

업계는 기반시설 노후화 투자에 대한 명확한 분배와 입찰 일정이 발표되면 투자규모와 일정, 조달 자재 조건에 따라 세아제강, 현대제철 등 국내 강관업체들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특히 강관은 상하수관로, 가스관, 송유관별로 제조방식이 큰 차이가 없어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다. 이번 상수도관 교체가 대기업 뿐 아니라 중소업체에게도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녹에 강한 스테인리스관도 적용될 것으로 보여 스테인리스를 생산하는 포스코도 득을 볼 것으로 관측된다.
사진=연합뉴스
그간 업계는 내수 판매 확대를 통해 수출 감소분을 채우려는 전략을 추진했지만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특히 강관업계는 미국의 쿼터제(수입 물량 제한)로 수출이 악화됐고, 국내 건설 경기가 위축되며 생산량도 줄어드는 상황을 맞고 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5월 주요 강관 수출은 14만1792톤으로 전년동기(16만8921톤) 대비 16.1% 감소했다. 올해 누계 실적은 76만2555톤으로 전년대비 29.7%나 줄었다. 올해 4월까지 생산량도 159만3930톤을 기록하며 전년동기 대비 14.8%나 감소했다. 생산 감소분은 총 27만7361톤에 이른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철강 수출 실적이 악화된 상황에서 기대를 걸 수 있는 것은 내수 경기 회복 뿐"이라며 "건설업이 침체된 상황에서 상수도관 수요는 강관, 스테인리스 업계의 실적 개선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진욱 한경닷컴 기자 showg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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