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때 미중 무역협상판 깨지면 글로벌경제 '침체급 둔화'"

월가, 무역전쟁 휴전 점치면서도 추가관세 등 최악 시나리오 경계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금융권은 통상마찰이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를 쏟아냈으나 최악 시나리오를 가정한 경계심도 감추지 않았다. 25일(현지시간) 미국 CNBC방송에 따르면 미국 월스트리트의 투자은행(IB)이나 리서치업체들은 오는 2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무역협상에서 일단 휴전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추가 관세 중단과 무역협상 공식 재개가 합의될 것이지만 이미 부과되고 있는 고율 관세가 철회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반적인 예상이다.

블리클리 어드바이저리 그룹의 수석투자 전략가인 피터 부크바는 "미국과 중국의 데탕트가 없다면 글로벌 리세션(국내총생산의 일정 기간 지속적 감소)이 올 것이라는 가능성이 커지지만 이번 정상회담과 관련해서는 부정적인 것은 없다"고 진단했다. 부크바는 이번 무역협상이 상황은 어렵지만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미래를 낙관하는 '쿰바야 순간'(kumbaya moment)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오는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했다가 둘째 날에 만나기로 했다.

스위스 금융기업은 UBS는 미중 무역협상의 판이 깨지는 사태가 불거져 추가 관세와 함께 무역전쟁이 격화한다면 글로벌 경제에 경기침체에 준하는 성장세 둔화가 닥칠 것으로 예상했다. UBS의 경제리서치 글로벌 대표인 아렌드 캡테인은 보고서에서 "무역전쟁이 격화하면 향후 6개 분기 동안에 글로벌 경제성장률이 0.75%포인트 깎일 것"이라고 추산했다.

캡테인은 그런 형세가 2011년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금융위기, 1980년대 중반의 국제유가 붕괴, '테킬라 위기'로 불리는 1990년대 중남미 외환위기와 강도가 비슷한 완만한 경기침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씨티그룹도 본격적인 협상을 예고하는 수준의 휴전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 회사의 글로벌 이코노미스트인 세사르 로하스는 "국가안보 의제와 관세부과의 긴장을 고조시키지 말자는 '악수 합의'가 있을 것"이라고 점쳤다.

리서치업체 에버코어 ISI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무역협상 재개와 함께 추가 관세가 연기되거나 보류될 확률을 80%로 분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oA-ML)가 미중 정상회담 확정 전인 이달 7일부터 12일까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양국이 무역 합의를 이루진 못하겠지만 추가조치를 연기할 것이라는 응답이 65%에 달했다.

BoA-ML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중 갈등을 일거에 해소하는 일괄타결 대타협(그랜드바겐)이 이뤄질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무역협상 의제를 둘러싼 견해차, 더욱 깊어진 양국 갈등의 골을 고려해 미국 고위관리들도 쏟아내고 있는 비관론이다. 윌버 로스 미국 상무부 장관은 "G20에서 나올 수 있는 가장 큰 결과는 무역협상을 적극적으로 재개하자는 합의일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