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시진핑·푸틴과 日서 연쇄회담…평화프로세스 재가동

G20 계기 시진핑·푸틴 만나 '北 비핵화 의중' 우회 확인할 듯
주말 한미 정상회담 앞서 북미 비핵화 대화 재개 촉진 주력
정상회의 무대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지지 외연 넓히기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사카(大阪)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참석차 2박 3일 일정으로 일본 방문길에 오른다.G20 정상회의가 세계 경제와 무역·투자 등을 주제로 마련된 다자 외교 무대지만 문 대통령의 이번 일본 방문에서 단연 관심이 쏠리는 대목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재가동'이다.

'하노이 노딜' 후 교착 상태를 보이던 북미 간 비핵화 대화가 '친서 외교' 등으로 활기를 찾는 흐름 속에서 문 대통령의 '촉진자역'이 3차 북미 정상회담을 견인할지 주목되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 계기에 중국, 러시아 등 총 7개국 정상과 회담한다.이중 가장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일본 도착 당일인 27일 오후에 열리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 및 28일 오후에 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다.

특히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은 '비핵화 시계'가 다시금 움직일 기미를 보이는 상황에서 북한의 비핵화 의중을 확인하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시 주석은 지난 20∼21일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회담했다.조선중앙통신은 21일 북중 정상회담을 두고 "회담은 동지적이며 진지하고 솔직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으며 논의된 문제들에서 공통된 인식을 이룩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회담의 핵심 의제였던 비핵화 문제에서 북중 정상이 일치된 의견을 보였다고 해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는 문 대통령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더욱이 지난해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무산되고 남북 정상 간 공식적 소통이 한동안 없었던 만큼 문 대통령으로서는 북중 정상 간 소통을 통해 도출된 공통의 인식이야말로 향후 촉진자 행보의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어서다.실제로 문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 계기에 외교가의 시선이 시 주석의 방한 여부에 쏠려있을 때 중국 측에 방북을 권유하며 김 위원장의 의중을 파악하는 과정에 공을 들였다.

문 대통령은 26일 연합뉴스 및 세계 6대 뉴스통신사와 합동으로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우리 정부는 시 주석이 한중 정상회담 전에 북한을 먼저 방문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고 전했다.

이어 "시 주석의 방북이 남북 간, 북미 간 대화가 재개될 수 있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혀 한중 정상회담이 현 비핵화 정세의 중대한 계기가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도 한중 정상회담 못지않은 비중을 갖고 있다.

김 위원장은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소득 없이 끝난 뒤인 지난 4월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하노이 노딜' 후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재개에 대비해 러시아를 더 확실하게 지원세력으로 끌어안고자 하는 행보라는 해석이 나왔다.

중국과 함께 북한의 '뒷배'를 자처하는 러시아의 협력 역시 비핵화 협상 재개에 없어서는 안 될 요소라는 점에서 문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에도 적잖은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중국·러시아와의 연쇄 정상회담은 이번 주말 방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열린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이 더욱 크다.

문 대통령은 시 주석 및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확인한 구체적인 북한의 비핵화 의중을 바탕으로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3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에 필요한 여건을 조성하고자 할 것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연합뉴스·세계 6대 뉴스통신사와의 합동 서면 인터뷰에서 "제1차 북미 정상회담의 합의에 따라 북한은 핵 폐기를 실행해야 하고 미국은 상응조치로 여건을 갖춰야 한다"며 기존의 원칙을 재확인했다.

이런 맥락에서 문 대통령에게는 G20 정상회의 계기에 북한이 취할 수 있는 구체적인 비핵화 수준을 확인한 다음 이를 토대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이 내놓을 수 있는 상응조치의 수준을 조율할 여건이 마련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일 북중 정상회담에서 "조선(북한)은 인내심을 유지할 것"이라며 "유관국(미국)이 조선 측과 마주 보고 서로의 관심사를 해결해 (한)반도 문제에 성과가 있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이렇듯 김 위원장이 여전히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문제를 풀겠다는 의지를 밝힌 만큼 문 대통령은 조속한 비핵화 대화 재개의 당위성을 내세워 트럼프 대통령에게 실무협상 등 3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설득할 것으로도 관측된다.

문 대통령은 방일 기간 인도네시아·캐나다·인도·아르헨티나·네덜란드 정상과도 회담하며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지지하는 '우군'의 외연을 넓히는 데도 주력할 예정이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마우리시오 마크리 대통령과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는 문 대통령과 한 차례 이상 회담한 정상들로, 모두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와 관련한 문 대통령의 성과를 높이 평가한 바 있다.2017년 6월 독일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계기에 문 대통령과 회담한 트뤼도 총리도 지난해 5월 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한반도 평화에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나서겠다"며 문 대통령의 비핵화 의지에 힘을 보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