油化 산업, 무역분쟁 탓 수요 위축…IMO 황함량규제로 정제마진 커질 듯

정유·화학 업황 분석
박연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
정유·화학업황은 중국의 긴축(디레버리징) 정책과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수요가 위축되면서 부진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중국은 높아진 부채 수준을 낮추기 위해 지난해부터 디레버리징 정책을 강화했다. 이로 인해 올 들어 중국 내수 자동차 판매는 전년 대비 10% 이상 감소하는 등 소비와 투자가 크게 위축됐다.

올해 5월부터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까지 확대되면서 수출 및 투자 관련 수요도 위축된 것으로 추정된다. 관련 화학 제품 수요가 크게 둔화돼 전반적인 화학 제품 스프레드(제품 가격에서 원재료 비용을 뺀 금액)가 축소됐다. 결과적으로 상반기 정유·화학업체 실적은 전반적으로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단기적으로는 매크로 변수(환율, 유가, 무역전쟁 등)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관건이다. 미·중 무역분쟁 심화로 중국이 디레버리징 기조를 완화하면서 경기 둔화 방어에 나서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미·중 무역분쟁 역시 양국의 협력 필요성을 고려할 때 중기적으로는 리스크(위험)가 완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를 감안하면 단기적으로 실적이 부진하더라도 시황 자체는 계속 둔화되기보다는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

공급 측면에서는 일부 제품군을 중심으로 공급이 늘어났다. 글로벌 공급 증가분은 정상적인 수요 상황에서는 크게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이었다. 그러나 현재 시황이 지나치게 부진해 수요가 예상보다 크게 적다. 수요가 정상화되면 현재 상황보다는 회복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중기적으로는 2022년부터 글로벌 화학 제품 설비가 상당한 규모로 늘어날 전망이다. 2017년부터 미국에서 셰일가스 기반 에탄 크래커 투자가 시작됐고, 2018년부터 중국 등 아시아 지역에서도 나프타 크래커 투자가 재개됐기 때문이다.

정제 마진(석유제품 가격에서 생산비용을 뺀 금액)은 2020년 1월부터 시행되는 국제해사기구(IMO)의 황 함량 규제(해상 연료의 황 함량을 0.5%로 제한) 영향이 중요할 전망이다. 규제가 시행되면 현재 해상 연료로 사용되는 고유황 연료유를 저유황 연료유 및 경유로 대체해야 한다. 이로 인해 경유 마진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오는 4분기부터 시황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정유·화학업체들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는 전기차 배터리 산업이 부각되고 있다. 유럽 메이저 자동차업체들은 ‘디젤게이트’ 및 이산화탄소 규제, 테슬라의 중대형 전기차 출시, 중국의 전기차 부양 정책 등에 대응하기 위해 상품성을 강화시킨 3세대 전기차를 준비해왔다. 이들 모델은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출시되기 시작했고, 2021년까지 유럽에서 100여 개 모델이 신규로 나올 예정이다.기존 전기차 모델과 달리 새롭게 선보일 전기차 모델들은 주행거리가 길고 가격, 디자인 등에서 상품성을 갖추고 있어 소비자 반응이 좋은 편이다. 유럽 자동차업체들은 2021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7년 대비 20%까지 감축해야 하기 때문에 일정 물량 이상의 전기차를 반드시 팔아야 한다.

특히 유럽의 이산화탄소 규제는 지속적으로 강화될 예정이라 내연기관 차량의 파워트레인 원가는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반면 전기차는 전용 플래폼의 도입, 배터리 가격의 하락, 규모의 경제 효과 등으로 원가가 점차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폭스바겐은 전기차가 이산화탄소 규제에 대응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유럽에서 전기차 시장은 지난해 39만 대 수준에서 2020년 126만 대, 2025년 441만 대까지 급격하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유럽 전기차 시장에 전기차용 배터리를 납품할 수 있는 업체는 세계적으로 4~5개에 불과하다. 이 중 일본 파나소닉은 테슬라에 주로 납품하고 있고, 중국 CATL은 중국 내에서 판매되는 전기차 물량에 주로 대응하고 있어 유럽 내에서 판매될 주요 모델들은 대부분 한국 배터리를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는 가운데서도 배터리 공급 업체가 한정적인 이유는 기술적으로 진입 장벽이 높기 때문이다. 배터리 기술의 핵심은 양극재 음극재 등 소재의 개선으로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것인데, 여기에는 높은 수준의 화학 기술이 필요하다. 전기차용 배터리는 자동차가 출시되기 1~2년 전에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기 때문에 적어도 2022~2023년까지는 한국 업체들이 높은 시장 점유율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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