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이틀새 300만원↑ "2년前 광풍과 같은 듯 다른 비트코인 급등"

25일 1300만원, 26일 1500만원, 27일 한때 1600만원 돌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가상화폐(암호화폐) 대장주 비트코인의 급등세가 예사롭지 않다. 연초 400만원대 초반에 머물렀던 비트코인 시세는 4월 초 500만원, 5월 말 1000만원, 전날인 26일 1500만원 저항선을 뚫었다. 27일 오전 한때 1600만원을 넘겼다가 오후 1시30분현재 1570만~1580만원대에서 소폭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업계 관측은 엇갈린다. 2017년 폭등, 2018년 폭락 사이클을 겪은 적 있어서다. 당시 투기 광풍이 불면서 비트코인 가격은 한때 2500만원을 돌파했다. 최근 이틀새 최대 300만원 가량 껑충 뛴 것도 비슷한 흐름이다. 경계 목소리가 나오는 대목. 전문가들은 “암호화폐는 워낙 변동성이 크다. 급등은 언제든 급락으로 반전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이날 오전 국내 비트코인 수요가 몰려 해외 시세보다 약 4% 높은 가격대를 형성한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도 재확인됐다. 2년 전 광풍 때 나타났던 현상이다. 업계는 “해외발(發) 호재들이 쌓인 데다 오늘 카카오 계열의 메인넷(독립된 블록체인 네트워크) ‘클레이튼’까지 론칭(출시)돼 일시적으로 국내 기대가 몰린 것 같다”고 풀이했다.

암호화폐 시장은 소수의 ‘큰 손’들이 좌지우지해 불확실성이 크다. 암호화폐 전체 시가총액이 애플 한 기업의 시총에도 못 미친다. 그만큼 몇몇 고래(거물)가 마음만 먹으면 좌지우지할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조정장 우려 외에도 고래들이 저점에서 매집한 비트코인을 매도해 털고 나가는 시점이 가까워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귀띔했다.

반면 겉보기엔 유사하나 2년 전과 다른 흐름을 보인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일단 거래량이다. 시장 규모 자체가 커졌다. 기존 금융시장에 비해선 여전히 변동성이 크지만 2년 전과 비교하면 안정성이 올라갔다는 얘기다.표철민 체인파트너스 대표는 “비트코인 가격이 전고점을 찍은 2017년 상승장 당시 전세계 일일 평균 비트코인 거래량은 3조1700억원 규모였던 데 반해 이번에는 17조7000억원 규모로 불어난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종전의 가격 상승과는 ‘체력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2017년의 비트코인 가격 상승은 말 그대로 투기색이 짙었다. 이번에는 ‘실체’들이 보인다는 게 확연한 차이점이라 할 수 있다.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비트코인 파생상품 제공업체 레저엑스(LedgerX)의 비트코인 선물거래를 승인한 게 대표적이다. 현금이 아닌 현물(비트코인)로 결제되는 비트코인 대규모 실사용 및 제도권 최초 승인이란 의미가 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모회사 인터콘티넨탈익스체인지(ICE)가 마이크로소프트, 스타벅스 등과 손잡고 만드는 암호화폐 선물거래소 백트(Bakkt)도 동일한 실물인수도 방식을 선보일 계획이다.앞선 21일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자금세탁방지(AML) 관련 권고안을 발표한 것은 고강도 규제이긴 하나 어쨌든 ‘제도권 진입’ 초석을 다진 것으로 시장은 해석했다.

페이스북이 지난 18일 암호화폐 ‘리브라’ 프로젝트 백서를 공개하고 메신저와 왓츠앱 등에서 구매·송금 기능 결제서비스를 도입한 것 또한 요인으로 꼽힌다. 리브라 프로젝트 재단에는 페이스북뿐 아니라 글로벌 카드회사 마스터카드, 온라인 결제업체 페이팔, 승차공유업체 우버 등이 창립 멤버로 참여했다. 20억명 이상의 페이스북 이용자 풀(pool)에 유명 기업들까지 ‘리브라 컨소시엄’에 들어오자 투자자들은 확실한 호재로 인식했다.

그동안 JP모건이 ‘JPM 코인’ 발행 계획을 내놓고 삼성전자가 갤럭시S10에 암호화폐 지갑을 탑재하는 등 글로벌 기업이 블록체인·암호화폐 시장에 진출해온 것도 암호화폐 상승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여기에 최근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인한 국제 정세 불안 역시 암호화폐 쪽으로 투자심리를 끌어오는 데 일조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구조적으로는 비트코인이 내년 5월 ‘반감기’를 앞둔 점이 상승요인으로 제시됐다. 4년마다 비트코인 채굴량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는 비트코인이 탄생할 때부터 설계됐다. 채굴 난이도가 올라가고 공급량이 줄어 반감기를 전후로 비트코인의 희소성은 커진다. 이처럼 시점이 못 박힌 확실한 ‘이벤트’가 예정돼 벌써부터 비트코인 가격이 들썩거린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이번 비트코인 가격 상승은 미국 자금이 주도하고 있다. 암호화폐 통계사이트 코인힐스를 보면 전체 비트코인과 법정화폐 거래량 중 미국 달러화가 77.41%를 차지했다. 일본 엔화가 13%로 미·일 양국의 시장점유율이 90%를 웃돌았다.이날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면서 암호화폐 데이터 제공업체 얼터네이티브에 따르면 ‘암호화폐 공포·탐욕 지수(Crypto Fear & Greed Index)’는 ‘극단적 탐욕’ 단계인 95(최대 100)를 기록했다.

김봉구/김산하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