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의 생활 속 경제이야기] 법·제도 발전에도 기여한 경제학
입력
수정
지면A33

미국과 유럽의 주요 대학 법학과에는 최소 한 명 이상의 경제학 전공 교수가 재직하며 법대생들에게 경제학을 강의한다. 하버드대, 예일대, 시카고대 등 미국 명문 대학들은 법학·경제학 공동 박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그렇다면 경제학자들은 법률회사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경제학은 법과 제도의 발전에 결정적인 기여를 해온 학문이다. 특정 범죄행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범죄행위를 함으로써 기대할 수 있는 편익보다 더 큰 비용을 치르도록 법률적 처벌의 수위를 조절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때 경제학은 적절한 처벌 수위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근거를 제공한다. 또 징역이나 벌금 등 어떤 처벌의 형태가 해당 범죄 행위를 막는 데 기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경제학은 명쾌한 해답을 제공한다. 불법행위 관련 법규나 형사법엔 경제학적 논의를 통해 정해진 내용이 많다.

경제학의 도움 없이는 이런 논의를 하기 어렵다. 오늘날 기업 소송에서 경제학자들이 적극 개입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많은 기업들은 업무 수행 규칙과 직원이 지켜야 할 복무수칙 등을 사규(社規)로 만들어 활용하고 있다. 이런 사규를 개정하거나 새로 설정하는 과정에서 가장 먼저 도움을 청하는 대상도 다름 아닌 경제학이다.
박정호 < KDI 전문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