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향기] 복고풍 트렌드로 재미 더한 무비컬 '웨딩 싱어'

뮤지컬로 옮겨 성공한 로맨틱 코미디
DIMF에서 그 맛깔난 무대 만끽하길

원종원 <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 뮤지컬 평론가 >
로맨틱 코미디 하면 떠오르는 흥행 콘텐츠가 있다.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뮤지컬 ‘김종욱 찾기’ 같은 것들이다. 남녀 주인공의 사랑 얘기를 알콩달콩 이어가며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작품이다.

코믹 연기의 달인인 애덤 샘들러와 보조개가 귀여운 여인 드루 베리모어가 스크린을 핑크빛으로 물들여 사랑받은 일련의 영화도 있다. ‘웨딩 싱어’ ‘첫사랑만 50번째’ ‘블렌디드’ 같은 작품이다. 코믹한 설정에 깔깔대며 웃다가 마지막에 ‘심쿵’하는 극적 반전이 흥미로운 영화들이다. 그리고 2019년 여름,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 개막작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작품도 영화를 무대용 콘텐츠로 바꾼 무비컬 ‘웨딩 싱어’다.영화로 제작된 것은 1998년이다. 결혼식 피로연에서 사랑 노래를 불러주던 ‘웨딩 싱어’ 로비는 정작 자신의 결혼식 날 신부가 나타나지 않는 봉변을 당한다. 의욕을 잃고 방황하던 그는 역시 피로연에서 웨이트리스로 일하던 귀여운 여인 줄리아의 도움으로 다시 노래를 시작하게 되고, 어느새 그녀에게 호감을 느낀다. 그러나 줄리아에겐 월스트리트에서 일하는, 돈은 많지만 바람기가 심한 남자친구 글렌이 있었다. 그의 진짜 정체를 알게 된 로비가 둘의 결혼을 막고자 라스베이거스행 비행기에 따라 오른다는 내용이다.

메가폰을 잡은 프랭크 코라치 감독은 샌들러와 대학 동창으로 수많은 작품을 함께 했다. 특히 ‘웨딩 싱어’는 1880만달러의 제작비를 들여 1억2330만달러의 박스오피스 기록을 수립해 거의 7배에 육박하는 잭팟을 터뜨린 글로벌 흥행 영화로도 유명하다.

뮤지컬 ‘웨딩 싱어’는 2006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첫선을 보였다. 원작 영화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해 인기를 누렸지만 영화와 달리 1990년대를 상징하는 아이콘, 즉 티나 터너와 미스터 T, 이멜다 마르코스, 신디 로퍼 그리고 로널드 레이건 부부 등의 라스베이거스 짝퉁 캐릭터를 등장시키는 등 뉴트로의 코믹한 설정을 활용해 큰 박수를 받았다. 뉴트로란 ‘새롭다’는 의미의 뉴(new)와 ‘복고’를 의미하는 레트로(retro)의 합성어로, 익숙한 콘텐츠를 재가공해 새로운 복고풍 트렌드를 창출해내는 것을 말한다. 무대와 성공적으로 결합시킨 대표적 사례가 뮤지컬 ‘웨딩 싱어’라 할 수 있다.올해로 13회를 맞은 DIMF에서는 영국 프로덕션이 제작한 ‘웨딩 싱어’를 개막작으로, 중국 뮤지컬 ‘청춘’과 ‘시간 속의 그녀’, 프랑스 뮤지컬 ‘이브 몽땅’, 스페인의 ‘라 칼데로나’, 대만의 ‘원 파인 데이’, 러시아 작품인 ‘테비예와 딸들’ 등 8개국의 뮤지컬이 막을 올렸다. 여기에 ‘블루 레인’ ‘투란도트’ ‘만덕’ ‘윤아를 소개합니다’ 등 국내 작품을 포함해 총 23개의 뮤지컬이 관객을 맞고 있다. 뮤지컬만으로 꾸민 페스티벌로는 국제적 규모를 자랑한다고 할 수 있다.

일종의 문화 인큐베이팅이나 게이트 키퍼로서 지방 문화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가늠해볼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DIMF는 남다른 매력을 지닌 지역 축제가 아닐 수 없다. 비행기를 타지 않더라도 세계 각국의 무대 콘텐츠를 한 번에 만날 수 있으니 애호가들에겐 더욱 특별한 기회다. 이열치열, 더운 여름을 더욱 뜨겁게 보내는 문화산업의 이색 체험에 도전해보기 바란다.

jwon@sch.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