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 섰거라" 1초에 10병씩 팔린 테라…'카스테라 전쟁' 불붙었다

테라 출시 100일 만에 9000만병 판매 '돌풍'
되짚어 보는 맥주전쟁史

하이트진로 "어게인 1996"
수성 나선 '맥주 1위'오비'
하이트진로가 내놓은 맥주 신제품 테라가 출시 100일 만에 300만 상자가 팔리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27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가 맥주를 고르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맥주의 계절이 왔다. 여름은 맥주업계가 1년 중 가장 바빠지는 때다. 무더위, 바캉스 시즌을 앞두고 마케팅 전쟁을 시작한다. 올해는 더 치열하다. 하이트진로가 방아쇠를 당겼다. 주력 제품을 26년 만에 하이트에서 테라로 바꿨다. 테라는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3초에 한 병씩 팔리며 100일 만에 300만 상자가 판매됐다. 국내 맥주 역사상 최단 기간 최다 판매다. 1등 카스를 위협하며 본격적인 ‘카스-테라’ 전쟁이 시작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역 맥주에서 전국 맥주로 진화하기 시작한 수제맥주업계도 분주해졌다. 내년 주류 종량세가 시행되면 비약적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전략 마련에 분주하다. 제주맥주,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카브루, 플래티넘 등 강자들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1996년 ‘천연암반수 하이트’로 사상 처음 1위에 오른 하이트(현 하이트진로). 카스가 격차를 좁혀오자 2010년 드라이d를 내놨다. 실책이었다. 하이트와 드라이 두 제품으로 마케팅 역량은 분산됐다. 2012년 맥주 시장 1위를 16년 만에 카스에 내줬다. 2016년 이름 빼고 다 바꿨다는 올뉴하이트로 반격을 해봤지만 소비자들은 반응하지 않았다. 점유율은 계속 곤두박질쳤다.

3년 뒤인 지난 3월 21일 하이트진로는 테라를 출시했다. 이번에는 이름, 병 색깔, 맛까지 모두 바꿨다. 슬로건은 ‘청정라거’를 내걸었다. 반응은 하이트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하루 90만 병가량 팔려나갔다. 테라 돌풍이 심상치 않다. 2012년 이후 처음 카스 대항마가 나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1초에 10병꼴로 팔리다하이트진로는 지난달 중순 전국 주류도매상에 안내문을 보냈다. “예상을 넘는 수요로 테라 공급에 차질이 생겼다. 1주일 안에 공급 문제를 해결하겠다.”

테라를 내놓을 때 하이트진로 경영진은 ‘많으면 하루 30만 병 팔릴 것’으로 예상했다. 1990년 이후 나온 맥주 초기 판매량을 보고 추정했다. 예측은 빗나갔다. 하루 80만~90만 병씩 팔려나갔다. 1초에 10병꼴이었다. 하이트진로는 부랴부랴 생산 계획을 조절했다. 강원 홍천, 전북 전주 두 곳의 공장에서 다른 제품 생산을 미루고 테라를 먼저 제조하며 공급을 늘렸다.

현장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예전엔 영업사원이 도매상을 찾아가 “하이트 좀 받아달라”고 애걸하곤 했지만 지금은 술을 파는 식당 등에서 도매상에 “테라 좀 달라”고 요구하는 일이 잦아졌다. 하이트진로는 5년간 테라 개발을 위해 쏟아부은 1000억원 외에 마케팅에도 1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테라발(發) 맥주 마케팅 전쟁이 본격화하고 있다.하이트진로의 전략

테라는 위기에서 탄생했다. 테라 출시 이전 하이트는 국산 시장에서는 카스에 치이고, 치고 올라오는 수입맥주에도 시장을 빼앗겼다. 2015년 약 8000억원이던 맥주 매출이 지난해 7100억원 수준까지 줄었다. 존재감이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했다. 하이트는 모험을 택했다. 오성택 마케팅실 상무는 “수입맥주의 성장과 카스에 대항해 대한민국을 대표할 수 있는 맥주를 만들어보자는 게 테라의 콘셉트였다”고 말했다. 이를 관통하는 단어는 이후 테라의 슬로건이 된 청정라거다.

전략은 1993년 하이트를 내놓을 때와 비슷했다. 당시 하이트는 이전까지 주력으로 밀던 크라운맥주를 버리고 ‘지하 150m 천연 암반수로 만든 맥주’ 하이트를 내놨다. 경쟁사 오비맥주는 모기업인 두산그룹의 낙동강 페놀 오염 사건으로 이미지에 타격을 받고 있었다. 하이트의 ‘물 마케팅’은 통했다. 하이트는 출시 3년 만인 1996년, 40년 만에 맥주 시장 점유율 1위(43%)를 차지하며 오비맥주를 앞질렀다. 하이트진로는 하이트 대신 테라를 통해 1996년의 영광을 재현하는 게 목표다.녹색 병의 힘

청정라거를 뒷받침하기 위해 병 색깔을 초록색으로 바꾼 것도 위력적이었다. 호주의 자연과 함께 드러난 녹색 병은 깨끗하다는 이미지와 함께 하이네켄, 칭따오를 연상케 했다. 맛있다는 느낌을 줬다. 술꾼들이 반응했다. ‘맛이 좀 있는데’라며 찾기 시작했다. 폭탄주에도 이름이 붙여졌다. 테라와 참이슬이 합쳐진 ‘테슬라’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맥주를 선택해서 주문하게 한 원조인 ‘카스처럼’의 첫 번째 대항마가 탄생한 것이다.

오비맥주는 반격에 나서고 있다. 최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공개한 YAASS캠페인은 ‘선택의 즐거움과 신선함’을 주제로 삼았다. 식당 주인이 양손에 맥주를 들고 나타나 어떤 맥주를 주문할 것인지 묻는다. 주인공은 망설임 없이 카스를 고른다. 가장 많이 팔려 가장 신선하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올여름 카스와 테라의 맥주전쟁은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안효주/김보라 기자 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