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公, 수상태양광 목표 '10분의 1'로 축소

김인식 사장 "무리했다"
태양광산업 '빨간불'
한국농어촌공사가 2023년까지 원자력발전소 4기 설비용량에 해당하는 수상태양광 설비를 짓겠다는 계획을 철회하고 목표치를 10분의 1로 낮췄다. 태양광 설치에 따른 수질오염 우려와 빛 반사 현상 등으로 주민들의 반대가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가 2030년까지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로 늘리겠다는 ‘재생에너지 3020’ 계획을 발표한 이후 주요 공공기관이 재생에너지 발전 목표치를 낮추겠다고 한 것은 농어촌공사가 처음이다.
태양광 목표치 수정한 농어촌공사김인식 농어촌공사 사장은 27일 전남 나주 본사에서 열린 혁신 선포식에서 수상태양광 설비용량 목표치를 2023년 4.28GW에서 2022년 422㎿로 수정하겠다고 발표했다. 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전국 3406개 저수지 중 현재 61곳에 총 95㎿의 수상태양광이 설치돼 있다. 김 사장은 지난 25일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태양광 사업을 조금 무리하게 추진한 것 같다”며 “앞으로는 주민 동의를 최우선으로 하고 기능유지, 경관유지, 환경·안전을 고려해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농어촌공사는 전임 최규성 사장이 작년 2월 취임한 뒤 전국 저수지에 원전 4기에 해당하는 태양광을 깔겠다고 선포했다. 원전 1기의 설비용량이 1GW 정도인데 태양광으로만 4GW 이상을 채우겠다고 한 것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돈은 7조5000억원으로 추산됐는데 농어촌공사는 작년 기준 9조원 이상의 부채가 있다.

사업을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해당 지역 농민과 갈등을 겪으면서 제대로 착공한 곳은 없었다. 업계에서는 “정치인 출신인 최 전 사장이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에 호응하기 위해 무리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최 전 사장은 농어촌공사에 오기 직전 태양광 업체 대표로 재직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작년 11월 사임했다.전국 곳곳에서 ‘과속’

전문가들은 농어촌공사의 태양광 목표치 하향 조정이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라고 진단했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기술 발전 등을 고려하지 않고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펴면 갖가지 부작용에 시달릴 수 있다”며 “국내 태양광 설비 수요가 늘고 있지만 값싼 중국산 부품 등이 쓰이는 게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간이 걸리더라도 국내에서 관련 산업이 발전하고 고용이 창출되는 형식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태양광 핵심 재료인 잉곳과 웨이퍼는 국내 유일 생산업체인 웅진에너지가 최근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대부분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그럼에도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은 재생에너지 확충을 밀어붙이고 있다. 재생에너지 3020 계획에 따라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촌지역에 2030년까지 10GW 용량의 태양광 설비를 설치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태양광 시설로 전용된 농지면적은 2016년 505.8ha, 2017년 1437.6ha, 2018년 3675.4ha였다. 3년간 총 5618.8ha로 여의도 면적(290ha)의 20배에 해당한다. 산림청에 따르면 2008년 46건에 불과하던 산림 태양광 허가 건수는 지난해 6월 2799건으로 늘었다. 태양광 사업으로 최근 3년간 산지 4407ha가 훼손됐는데 이는 여의도 면적의 15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태훈/오상헌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