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안가도 자녀계좌 개설…AI스피커로 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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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핀테크 규제혁신 TF올해 초 수협은행 영업점은 아침마다 고금리 상품인 ‘SH쑥쑥크는 아이적금’에 가입하려는 고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부모가 성인이 되지 않은 자녀 이름으로 적금에 가입하려면 직접 영업점을 방문하도록 한 정부 방침 때문이었다. 수협은행은 고객이 몰리자 하루 10명으로 가입자 수를 제한했다. 앞으로는 자녀 명의의 적금 가입을 위해 은행 영업점을 직접 찾지 않아도 된다. 금융위원회는 하반기에 ‘비대면 실명확인 가이드라인’을 개정할 계획이다.
은행 가야만 자녀계좌 개설
제도개선 땐 비대면 거래 허용
집에서 '아기통장' 가입 가능
금융위는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규제혁신 건의과제 검토 결과를 27일 발표했다. 금융위는 핀테크(금융기술)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로 188건을 건의받았다. 이 중 150건을 수용했다.생체인증만으로도 은행 이용
은행 영업점의 실명인증 절차도 간소화하기로 했다. 지문과 홍채 등 바이오 정보를 활용한다. 최초 실명확인을 하고 생체정보를 등록한 고객은 은행 영업점에서 주민등록증 없이도 금융거래를 할 수 있게 된다. 시행시기는 올해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이다.자동차 부품과 주행거리를 비교할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하기로 했다. 보험개발원이 해당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방식이다. 이 시스템은 중고차량 가격의 적정성을 판단하는 데 활용된다. 보험사도 보험료 책정을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할 수 있다.
인공지능(AI) 음성인식 스피커를 활용한 금융거래도 활성화한다는 방침이다. 지금도 AI 스피커를 활용해 간단한 금융거래 조회 및 결제 서비스가 가능하다. 하지만 인증·보안 등에서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다 보니 크게 활성화되지 못했다. 금융위는 올해 안에 금융감독원 금융결제원 등 관계기관과 함께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계획이다.
사기 방지 전문 CB사 설립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를 막을 수 있도록 정보 공유를 위한 법도 정비하기로 했다. 지금은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와 관련한 전화번호나 계좌번호를 민간에서 공유하는 인터넷 사이트를 운영 중이다. 하지만 이 시스템은 개인정보보호와 관련해 신용정보법과 상충할 소지가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금융위는 해당 정보를 합법적으로 공유할 수 있도록 신용정보법 개정을 검토 중이다. 또 금융사기 전문 정보를 집적해두는 ‘사기 방지 전문 신용정보회사(Fraud CB)’를 도입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금융회사의 핀테크 기업에 대한 출자 제약은 해소된다. 금융사가 100% 출자할 수 있는 핀테크 기업의 범위를 늘리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금융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회사라도 앞으로 금융서비스 발전에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면 100% 자회사로 만들 수 있다. 출자 절차도 ‘사전 승인’에서 ‘사전 신고’로 간소화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그러나 가상화폐와 관련한 건의는 대부분 거부했다. 가상화폐공개(ICO)와 가상화폐를 활용한 해외송금, 금융사의 가상화폐 보유 등 건의사항은 수용하지 않았다. 권대영 금융위 금융혁신기획단장은 “주요 글로벌 유니콘 핀테크의 비즈니스 모델을 국내에서 수용 가능한지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