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시진핑·푸틴과 연쇄 회동…北核협상 재개 '4강 외교' 가동

오사카 G20 회의서 7개국 정상과 회담

'하노이 노딜' 후 교착상태 빠진
美·北 비핵화 대화 재점화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시작으로 한반도를 둘러싼 4강 정상들과 연쇄 정상회담에 나섰다. 지지부진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새로운 추동력을 불어넣겠다는 목표다. 북한이 우리 정부를 제치고 미국과 직접 소통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는 만큼 문 대통령의 이번 외교가 북핵 중재자의 성패를 가름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오사카 연쇄 회동’에 공들이는 문 대통령
문 대통령은 28~29일 이틀간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2박3일간의 일본 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기조연설을 통해 혁신적 포용국가 정책과 한반도 평화 정책 등에 대해 설명할 예정이다. ‘하노이 노딜’ 이후 교착 상태에 놓인 비핵화 대화를 재점화하기 위한 물밑 외교전도 전개할 계획이다.

시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연달아 만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의중을 파악한 뒤 오는 30일 서울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미·북 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목표다.김정은 메시지 전한 시진핑

이날 오사카 도착 직후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은 최근 열린 북·중 정상회담 결과와 함께 김정은의 의중을 문 대통령에게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가 G20 일정 중 한·중 정상회담을 가장 먼저 마련한 것은 시 주석이 전할 김정은의 메시지를 듣기 위해서였다. 문 대통령도 26일 “G20 정상회의에서 시 주석을 직접 만나 상세한 방북 결과를 듣게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시 주석은 앞서 지난 20∼21일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과 회담했다.

청와대는 하노이 결렬 이후 남북한 간 공식 소통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시 주석의 방북에 상당한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원하는 비핵화 상응 조치와 수순에 대한 북·중 간의 일치된 의견이 전해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28일 열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도 한·중 정상회담 못지않은 비중을 갖고 있다. 김정은은 지난 4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이를 두고 김정은이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재개에 대비해 러시아를 확실한 우군으로 끌어들이려는 행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문 대통령 역시 북한의 지원군을 자처하고 있는 러시아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가 필요한 상황이다.

문 대통령 중재자 역할 또다시 시험대에

이번 연쇄회담의 성패에 따라 문 대통령의 북핵 중재자 역할도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다만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이뤄지는 양자회담 특성상 시간의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어 깊이 있는 대화가 오가지 못했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우리가 기대하는 수준만큼 김정은의 메시지가 전달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며 “결국 한·미 정상회담에서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가 관건”이라고 했다.우리 정부가 북한의 눈치만 살피는 동안 중국과 러시아가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미·북·중·러 사이에서 셈법만 복잡해진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북한이 우리 측과의 대화를 단절한 채 중·러와 마주한 데 이어 미국 측과도 직접 소통을 요구하고 있어 ‘중재자 역할’이 자칫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문 대통령은 이에 대해 “북한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평화를 구축하는 과정”이라고 반박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