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 해양플랜트사업부, 8개월 만에 일감 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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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주 가뭄에 '단비'현대중공업 해양플랜트사업부가 8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플랜트(공장 내 설비류) 일감을 확보했다. 수주 가뭄으로 고전해온 사업부에 ‘단비’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케미칼서 660억 규모
화공플랜트 설비 21기 수주
2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현대케미칼로부터 660억원 규모 화공플랜트 설비 21기를 수주했다. 현대케미칼은 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의 합작사다. 현대중공업은 현대케미칼 대산공장(충북 서산)에 들어갈 프로판 분리기, 에틸렌·프로필렌 저장탱크 등을 제작해 2020년 말까지 순차적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현대중공업은 SK건설과 270억원 규모의 잔사유 유동촉매 분해설비(RFCC) 3기를 공급하는 계약도 맺었다. RFCC는 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온 잔사유를 촉매와 반응시켜 분해해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바꿔주는 설비다. 이 설비들은 2021년 인도네시아 보르네오섬의 발릭파판 정유공장에 공급한다.
이 두 건의 수주액은 930억원으로 중대형 상선 한 척과 비슷한 수준이다. 해양플랜트사업부가 2018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일감을 따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한때 현대중공업의 성장세를 주도하던 해양플랜트사업부는 저유가가 본격화한 2014년 이후 일감이 줄어 고전해왔다. 해양부문 수주는 2014년 아랍에미리트(UAE) 나스르 설비 수주 이후 4년간 끊겼다가 지난해 10월 멕시코만 일대 원유개발사업인 ‘킹스 키 프로젝트’에 들어갈 5130억원 규모의 부유식 원유생산 설비를 따냈다.
해양플랜트사업부는 그동안 유휴인력 2000여 명이 발생해 희망퇴직, 유급휴직 등을 시행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수주 규모가 크진 않지만 공장과 설비를 쉬지 않는 것만 해도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의 플랜트부문은 지난 1분기(1~3월) 영업손실 458억원을 내는 등 두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해양부문은 지난해 4분기 925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뒤 1분기에는 킹스 키 프로젝트에 힘입어 1009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