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고보다 4배 비싼 학비에도 성과 미흡 해운대고…예견된 탈락

학생·학부모·교원 만족도는 우수…기간제 교원 53% 매우 미흡
2018, 2019년 학생모집 미달, 재단전입금 불이행, 급식비리까지
내년 일반고 전환 교육예산 지원…학부모 반발 등 후폭풍 불가피
부산에서 유일한 자율형 사립학교(자사고)인 해운대고등학교가 자사고 재지정에서 탈락한 것과 관련 교육계 안팎에서는 예견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해운대고는 최근 2년간 정원 미달사태를 겪었다.

2015, 2016년 재단 전입금 불이행에 급식 비리 등도 있었다.

이 때문에 지역 교육계에서는 자사고 재지정 취소가 유력하다는 소문이 돌았다.자사고 재지정에서 취소된 전주 상산고와 해운대고는 사정이 다르다.

상산고는 전북교육청이 정한 재지정 기준점(80점)에서 불과 0.39점이 부족해 탈락했다.

하지만, 해운대고는 재지정 기준 점수 70점에서 15.5점이나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100점 만점 평가영역은 학교운영(30점), 교육과정 운영(30점), 교원의 전문성(5점), 재정 및 시설여건(15점), 학교만족도(8점), 교육청 재량평가(12점) 등 6개 영역으로 나뉜다.

33개 세부 지표 중 학생·학부모·교원 만족도 조사에서는 거의 만점을 받는 등 일부 지표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다양한 선택과목 편성, 법인전입금 이행, 교비회계 운영, 학생 1인당 교육비, 장학금, 기간제 교원 비율, 감사 지적사례 등 7개 세부 지표에서 '매우 미흡' 평가를 받았다.부산시교육청 관계자는 "해운대고 기간제 교원 비율이 53%로 일반고에 권고하는 기간제 교원 비율 15~20%를 훨씬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법인전입금도 2015년과 2016년에 이행하지 않아 해당 항목이 0점으로 처리됐다"고 설명했다.

2001년 자립형 사립고로 지정된 해운대고는 재단 사정으로 2010학년도부터 전국 모집을 포기하는 대신 '광역단위 자사고'로 전환했다.

특목고와 자사고 열풍으로 한때 학부모들 사이에서 관심을 끌기도 했으나 최근 들어 교육환경, 진학성적, 교사 전문성, 법인 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인기가 시들해졌다.

해운대고는 2018학년도 신입생 모집에서 일반전형 기준으로 8명이 미달했다.

2019학년도에도 일반전형에서 35명이 미달하면서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해운대고 학비(수업료, 학교운영지원비)는 분기에 160만원으로 일반고 평균 학비 40만원에 비해 4배나 높다.

부산지역 교육계는 "방과후학교 등을 포함하면 대학등록금보다 비싼 등록금을 내고 자사고를 다니는데 우수한 자원을 가지고도 진학성적 등이 이전만 못 하다"는 학부모 평가가 나오면서 미달사태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했다.

부산시교육청은 해운대고가 자사고에서 일반고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혼란이 없도록 교육행정을 지원하기로 했다.

시교육청은 테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일반고 전환에 필요한 교육시설 지원비로 3년간 10억원을 지원한다.

또 교원 인건비 등 지원에 필요한 예산(1년 차 16억원, 2년 차 31억원, 3년 차 이후 47억원)도 지원할 예정이다.

전북 상산고와 경기 안산동산고 자사고 재지정 취소로 교육계 논란이 빚어지고 있는 가운데 해운대고까지 자사고 지정 취소 결정이 나오면서 후폭풍도 예상된다.

해운대고는 자사고 재지정 취소 발표와 관련 "이런 결과가 나와 매우 유감스럽다"며 "고교체제 개편이라는 강력한 정부 정책에 단위학교가 대응하기란 역부족"이라고 밝혔다.

재학생과 학부모는 교육청 발표를 보고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이다.

일부 학부모는 교육청 평가에 불만을 표출하는 것으로 전해져 향후 학교 측 대응이 주목된다.

이날 해운대고 자사고 지정 취소에 앞서 전교조 부산지부는 26일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자사고를 모두 일반고로 전환해야 한다"며 "부산시교육청은 해운대고 자사고 재지정을 취소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전교조는 성명에서 "현행 입시제도 하에 외고와 특목고가 본래 취지를 잃은 것처럼 자사고 또한 교육과정 운영 자율성과 사교육 경감 취지는 찾아볼 수가 없다"며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만 모아 놓다 보니 그 속에서 우수한 학생들끼리 경쟁을 통한 사교육 증가는 물론이고 중하위권 학생들이 다시 일반고로 전학하는 현상도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