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만난 시진핑 "김정은, 비핵화 의지 변함 없어…北·美 3차회담 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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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中 정상, 日 오사카서 7개월 만에 회동27일 열린 한·중 정상회담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일본 오사카를 찾은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모두에게 첫 외교 일정이었다. 양국 모두 이번 회담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두 정상은 북한 비핵화뿐만 아니라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무역갈등, 미세먼지 등 다양한 현안을 놓고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눴다.
문 대통령 "북·중 회담과 북·미간 親書가 대화 모멘텀 높여"
習 "金, 한국과 협력 용의…합리적 방안 모색 희망"
‘김정은 메신저’로 나선 시진핑시 주석이 문 대통령에게 이날 공개한 방북 소회는 지난 4월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김정은이 외부에 전한 가장 구체적인 메시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시 주석은 이날 김정은의 메시지를 네 가지로 요약·정리해 문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시 주석이 전한 내용의 핵심은 김정은이 비핵화에 대한 변함없는 의지를 밝혔으며 외부 환경이 개선되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협상 여건에 변화가 있으면 미국과의 대화에 적극 나설 용의가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외부 환경 개선과 조속한 합리적 방안 모색을 강조하면서 한국과는 “화해 협력을 추진할 용의가 있으며 한반도에서의 대화 추세는 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날 북한 외무성이 밝힌 ‘통미봉남’ 공세와 배치되는 발언이다. 2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한과 맞물려 외부 환경의 변화가 이뤄질 경우 적극적인 대화에 나서겠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시 주석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 평화를 위해 건설적인 역할과 기여를 한 것에 감사한다”고 사의를 밝혔다. 이어 “오늘 회담에서 방북 경과를 직접 들을 기회를 갖게 돼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며 시 주석의 역할을 긍정 평가했다.
‘다자 무역’ 공감했지만 속내는 달라문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한국은 대외의존도가 큰 나라인 만큼 다자주의와 개방주의 무역체제를 적극 지지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시 주석은 “다자무역은 양국의 이익뿐 아니라 세계 이익과 직결돼 있는 것이므로 일시적 타결이 아니라 이런 원칙 아래 긴밀히 협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미국과 무역갈등을 빚고 있는 것에 대한 불편한 속내를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시 주석이 이날 인사말에서 “우리 양국이 손잡으면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며 긴밀한 협력을 당부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최근 심화되고 있는 미·중 무역갈등과 관련해 “양국은 한국의 교역 1, 2위 국가들로 모두 중요하다. 한 나라를 선택하는 상황에 이르지 않도록 (미·중) 양국 간에 원만히 해결되기를 바란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은 중국 화웨이의 5세대(5G) 이동통신 제품에 대한 미국의 공세도 거론했으나 문 대통령은 특별히 답변하지 않은 채 의견만 청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7개월 만에 일본서 만난 한·중 정상문 대통령은 이날 회동에서 ‘일대일로 정상포럼’ ‘아시아문명대화대회’ 등 중국 정부가 공들인 행사의 성공적인 마무리를 축하하면서 “시 주석의 생신도 다시 한번 축하드린다”고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두 정상 회동은 오후 5시37분부터 40분간 진행됐다. 두 정상이 만난 것은 지난해 11월 파푸아뉴기니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이후 7개월 만이다.
두 정상은 양국 간 새로운 갈등 요인으로 부상한 대기오염 등 환경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시 주석은 “중국은 환경보호에 (과거보다) 열 배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협력 의사를 밝혔다. 문 대통령은 “두 나라 국민 모두 이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 함께 협력하는 것만으로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해 중국의 경험과 기술을 활용한 공동 협력을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시 주석과의 정상회동을 시작으로 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오사카에서 2박3일간의 본격적인 일정에 들어갔다. 시 주석과 회담을 마친 뒤에는 동포간담회에 참석해 격려했다. 28일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의견을 나눈다. 중·러 정상과의 회동 이후 오는 30일 서울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미·북 대화를 이끌어낸다는 구상이다.
오사카=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