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 하청학과' 자존심 상한다는 서울대…독일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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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기업 종속? 사실과 달라… 근시안적"반도체 핵심인력 양성을 위해 추진하던 서울대 반도체 계약학과가 사실상 무산, 시스템(비메모리) 반도체로의 ‘체질 전환’ 작업 첫 단추부터 꿰는 데 실패했다. “서울대가 특정 기업을 위한 인력양성소냐”는 학내 반대가 컸던 탓이다(한국경제신문 27일자 단독 보도 ‘年 수십억 지원에도 ‘반도체학과’ 막은 서울대’).
"獨은 BMW·벤츠가 한 대학서 교육하고 채용"
그러나 28일 학계와 산업계에 따르면, 서울대 반도체 계약학과 무산은 국가 대표산업을 좌우할 대학과 기업의 산학협력을 지나치게 근시안적으로 바라봤다는 비판이 나온다.산학 관계자들은 ‘삼성 반도체 하청학과’가 될 것이란 우려는 사실과 다르다고 입을 모았다. 계약학과 신설은 국내 반도체 산업의 ‘메모리 편중’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중점 추진과제로 제시한 것이다. 올 4월 말 문재인 대통령이 ‘시스템 반도체 비전과 전략’을 발표하며 직접 언급했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대는 국가대표 대학 아니냐. 치열하게 경쟁하는 첨단산업 발전 차원으로 볼 순 없었나”라며 아쉬워했다. 그만큼 시급하다. 국내 반도체 산업 성장에는 ‘착시’가 있다. 지난해 한국산 메모리 반도체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60%에 달했으나 시스템 반도체 점유율은 약 4%에 그쳤다. 문 대통령까지 나서 시스템 반도체를 키우자며 힘을 실은 이유다.
서울대와 달리 연세대·고려대는 각각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손잡고 반도체 계약학과를 개설해 2021학년도부터 신입생 40명씩 선발키로 했다. 기존에도 성균관대(반도체시스템공학과)와 경북대(모바일공학전공)는 삼성전자 채용조건형 계약학과를 운영해왔다. 해당 전공에 입학하면 장학금을 받고 특화 교육과정을 이수, 졸업 후 삼성전자에 입사하게 된다.기업이 갑(甲)으로 올라서고 대학은 을(乙)로 전락하는 것마냥 받아들이는 분위기 또한 “현실을 모르는 소리”란 지적이 제기됐다. 적어도 이번 계약학과 개설을 ‘대학의 기업 종속’ 프레임으로 풀이할 사안은 아니란 얘기다.
반도체 우수인력이 취업 걱정할 일은 없기 때문. 석·박사급 인력은 기업에서 산학장학생 제도 등으로 입도선매할 정도다. 삼성전자를 거쳐 해외 유명 기업에서 근무하는 한 프로그래머는 “계약학과 졸업 후 삼성에 몇 년 의무 근무하는 형태의 취업 보장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더 나은 대우를 받고 글로벌 업체에 취직할 수도 있으니까”라고 귀띔했다.
다급한 쪽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한양대 교수)은 “시스템 반도체 연구개발(R&D) 인력은 최소 석사급 이상 돼야 한다. 삼성도 계약학과와 연계한 대학원 과정까지 염두에 뒀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학부과정 계약학과 신설이 추진되는 건 CMOS 등 비메모리 설계인력이 워낙 부족하기 때문이다. 기존 메모리는 디지털 설계 위주인데 비메모리 쪽은 당장 아날로그 설계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산학협력 패러다임을 바꾸자는 주문도 나왔다. 기업 주도형으로 산학협력을 전환하고, 특정 기업과 대학이 연결되는 식이 아닌 산업계와 학계 간 ‘네트워크 연계’로 논란을 피해가자는 제안이다. 독일을 대표적 사례로 들 수 있다.
사회맞춤형학과 중점형 산학협력 선도대학(LINC+)사업협의회장인 최창원 배재대 산학협력단장은 “독일은 전문대에도 BMW·벤츠·보쉬 같은 유명 기업들이 들어와 산학협력을 한다”면서 “미국만 해도 산학협력은 R&D 위주지만 독일은 인력양성 개념의 산학협력이 자리 잡아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특정 기업 종속 가능성이 문제라면 산업계 또는 대기업과 협력사(밴더)로 구성된 생태계 단위, 대학들도 관련 전공이나 사업 협의회를 꾸려 공동 교육과정 개설·취업 연계를 통해 풀 수 있다고 했다. 최 단장은 “독일형 산학협력은 대학과 기업의 1:1 매칭이 아니다. 심지어 같은 자동차회사인 BMW와 벤츠가 한 대학에서 교육하고 채용하는 시스템”이라고 강조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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