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안방극장 풍자·고발극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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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프로그램 출신 PD·작가 합류경제도 정치도 뭐 하나 속 시원히 풀리는 게 없는 요즘이다. 이런 답답함을 풀어줄 사회 풍자·고발 드라마가 다음달 잇달아 시작한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SBS ‘열혈사제’와 MBC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 등이 유쾌하게 현실을 풍자했다면, 이번 신작들은 좀 더 진중하고 신랄하다. 시사 프로그램을 만들던 PD와 작가가 드라마 제작진에 합류해 논픽션이 가미된 고발극을 선보일 예정이어서 보다 현실성 높은 작품이 기대된다.
다음달 17일 첫방송 SBS '닥터탐정'
'그것이 알고싶다' 박준우 PD 첫 작품
SBS가 내달 17일부터 방송하는 ‘닥터탐정’은 산업 현장의 부조리를 해결하는 의사들의 활약을 담은 수사극이다. 서울 지하철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공장 노동자들의 집단 하반신 마비 등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들이 에피소드로 담긴다. 무엇보다 시사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를 맡았던 박준우 PD의 첫 드라마 연출작이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SBS 관계자는 “‘그것이 알고싶다’를 연출한 박 PD의 노하우가 담겨 차별화된 리얼함과 디테일이 있는 사회 고발 드라마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주연을 맡은 박진희와 봉태규는 드라마 ‘리턴’ 이후 1년 만에 다시 호흡을 맞춘다. ‘리턴’에서 적대관계로 대립했던 두 사람이 이번에는 산업현장에서 일어난 병의 원인을 분석해내는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이자 탐정으로 콤비를 이룬다.
같은 날 KBS2는 최진혁·손현주 주연의 ‘저스티스’를 시작한다. 억울하게 죽은 동생의 복수를 하려는 변호사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건설사 회장이 여배우 연쇄 실종 사건을 조사하며 대한민국 최상류층의 뒷모습을 파헤치는 스릴러다. 각각 복수의 욕망과 권력의 욕망을 지닌 변호사와 회장이 어떻게 변모해가며 드라마 제목처럼 정의를 실현하게 될지가 시청 포인트다. 10년 이상 ‘추적 60분’ 등의 시사 프로그램 작가로 일하다 ‘학교 2017’을 통해 드라마에 입문한 정찬미 작가가 집필을 맡아 더욱 실감나는 이야기가 기대된다. 동명의 웹소설이 원작이다.
OCN도 이날 ‘미스터 기간제’ 첫 방송을 선보인다. 상위 1%가 모인 명문고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의 진실을 밝히려는 변호사의 잠입 작전을 그린 드라마다. 학교에서도 사회만큼 흉흉한 범죄가 일어나지만, 청소년이라는 이유만으로 약한 처벌을 받는 현실을 꼬집는다. 윤균상이 연기하는 속물 변호사가 충격적 진실을 마주한 뒤 부조리를 타파하는 인물로 성장하는 과정이 보는 재미를 더할 전망이다. ‘열혈사제’에서 강단 있는 신입 형사 역으로 주목받은 금새록이 정의감 넘치고 오지랖 넓은 체육교사 역을 맡았다.OCN이 내달 6일부터 선보이는 토·일 드라마 ‘왓쳐’도 비리 고발극이다. 이 드라마는 내부 비리를 파헤치는 데 초점을 뒀다. 15년 전 비극적 사건으로 얽힌 세 남녀가 경찰의 부패를 감시하는 비리수사팀이 돼 권력 실체를 밝혀나간다. 인간의 다면성을 치밀하게 쫓는 심리 묘사가 쫄깃한 긴장감을 선사할 전망이다. 냉철한 감찰반장 역의 한석규, 살인을 목격한 순경 역의 서강준, 범죄자를 변호하던 감찰반 외부 고문변호사 역의 김현주가 어떤 방식으로 ‘따로 또 같이’ 사건을 풀어나갈지 궁금증을 유발한다. 안방극장에 2년 만에 돌아온 ‘연기 신(神)’ 한석규와 탄탄한 내공의 김현주, 데뷔 이후 처음 장르물에 도전한 서강준의 조합이 강렬한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처럼 사회 고발극이 인기를 끄는 데 대해 김연수 대중문화평론가는 “논픽션에 기반한 드라마의 장점은 그만큼 현실적이면서도 논픽션보다 풍부한 이야기로 시청자들에게 통쾌함을 선사한다는 것”이라며 “시사 프로그램을 통해 사회 전반의 문제에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이들이 제작진에 참여함으로써 보다 깊고 현실적인 이야기를 풀어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지원 한경텐아시아 기자 bell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