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연구원 5년내 360명 퇴직…세대교체 실패할까 걱정된다"

박원석 한국원자력연구원장

우수인력 유입 안되면 '도태'
원자력 전공 대학생
"脫원전에 절망감 느낀다"
“앞으로 10년간 600명 넘는 원자력 연구인력이 정년퇴직합니다. 원자력업계가 본격적인 세대교체 시기를 맞았는데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으로 인해 우수 인력이 원자력업계로 들어올지 의문이 적지 않습니다.”

박원석 한국원자력연구원장(사진)은 28일 한국원자력산업회의 제200회 조찬강연회에서 ‘원자력 과학기술의 미래’를 주제로 발표하며 이 같은 우려를 전했다. 국책연구원장이 공개적으로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의 부작용을 지적한 것이다.1959년 설립된 원자력연구원은 국내 유일의 원자력 분야 정부 출연 연구기관이다. 이날 행사에는 조찬강연회 200회를 기념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원자력 관련 정부부처의 고위간부들이 참석했다.

박 원장은 탈원전 여파로 원자력 연구인력의 세대교체에 실패하면 원전 안전이 위협받을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그는 “우리 연구원에서만 5년 내 약 360명이 퇴직할 예정”이라며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으로 인해 현실적으로 얼마나 많은 우수 인력이 새로 원자력업계에 들어올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원자력연구원에서 일하는 연구 및 기술인력은 1200명에 이른다.

이어 “새로운 세대가 선배들만큼 열정을 갖지 못하면 노후 발전소의 안전 이슈가 계속 발생할 것”이라며 “산업 발전은 사람에게 달려 있고, 우수 인력이 유입되지 않으면 그 산업은 결국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이날 조찬강연회에는 전국 원자력·방사선 전공 대학생 경진대회에서 상을 받은 10여 명의 학생도 참석했다. 한재벽 씨(경희대 원자력공학과 3년)는 “2학년 50명 중 15명이 전과를 신청했을 정도로 학생들의 위기감과 절망감이 크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경제적이고 환경친화적인 에너지를 국가의 주력 에너지로 가져가겠다는 취지에 누가 공감하지 않겠느냐”면서도 “원전 안전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면 국민이 다시 원자력을 주력 에너지로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