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알고싶다' 숙명여고 쌍둥이 엄마 첫 인터뷰 "생각지도 못했던 일" [종합]

숙명여고 쌍둥이, 노력의 기적인가 빗나간 부정인가
숙명여고 쌍둥이 엄마 "하루하루 버티는 중"
화학 선생님 "정답 잘못 기재했다 수정"
수정 전 오답 쓴건 쌍둥이 자매 뿐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숙명여고 쌍둥이 사건의 전말을 집중 조명했다.

지난해 7월, 대치동 학원가에 믿을 수 없는 소문이 떠돌았다. 내신 경쟁이 치열하기로 유명한 숙명여고에서 당시 2학년에 재학 중인 쌍둥이 자매가 동시에 문·이과 전교 1등을 각각 차지했다는 것이다.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전교 121등과 전교 59등을 기록했던 쌍둥이 자매. 그런데 공교롭게도 쌍둥이 자매의 아버지가 같은 학교 교무부장 현 씨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기적은 금세 의혹으로 번지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의심스러운 점은 교무부장에게 정기고사 시험 답안지에 대한 결재권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다시 말하면 2년에 걸쳐 쌍둥이 딸들이 속한 학년의 시험 답안지를 아버지가 봤다는 얘기인 것이다. 대치동 학부모들이 교육정보를 공유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연일 쌍둥이에 대한 의혹의 글이 도배됐고, 이를 본 현 씨는 근거 없는 소문이라며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서기 시작했다. 쌍둥이 자매의 성적이 급상승한 이유는 내신 위주로 열심히 공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고, 답안지는 교무부장으로서 결재과정에서 1분 정도 본 것이 전부라고 해명했다. 이에 논란은 더욱 확산됐고 결국 교육청 감사와 경찰 수사로 이어졌다.

경찰은 "그 중에 하나가 교무실 복도 CCTV에 찍힌 피의자의 야근기록이죠. 정기고사 전이었던 금요일에 두 차례에 걸쳐서 야근을 했는데 교무실에 혼자 있었던 거죠."라고 말했다.

조사 결과 시험 직전에 교무실에 혼자 나와 야근을 한 교무부장의 수상한 행적이 포착됐다. 그리고 압수수색을 통해 쌍둥이의 방에서 시험 과목 정답이 빼곡하게 적힌 수상한 암기장과 의문의 쪽지, 깨알같이 작고 연하게 정답이 적힌 시험지 등이 증거물로 확보됐다. 답안을 유출하지 않았다고 보기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증거들. 그리고 지난 5월, 업무 방해 혐의로 구속 기소된 전 교무부장 현 씨는 1심에서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그런데 뜻밖에도 현 씨는 판결에 불복하고 즉각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리고 제작진은 가족을 대변해 나섰다는 한 남자를 만나게 되었다.그는 "어떤 바보가 집에다가 그 증거들을 다 놔두겠어요. 얼마든지 갖다 버릴 수 있는 거 아닌가요? 그대로 놔뒀다가 압수수색 와서 다 가져가게 하고 자기들이 직접 자료도 제출하기까지 했었어요. 본인들은 그거(증거물) 안 치웠어요, 그대로 놔뒀어요."라고 반박했다.

가족을 대신해 결백을 호소하기 시작한 남자. 대체 사건의 정답은 무엇일까. 제작진중 쌍둥이 자매가 물리와 수학시험에서 암산으로 정답을 맞힌 것은 물론, 교사의 정정 되기 이전의 오답을 똑같이 적어낸 사실 등 쌍둥이 자매에게만 반복적으로 일어난 믿기 어려운 일들이 있었음을 확인했다.

정정되기 이전의 오답을 적어낸 사람은 쌍둥이 자매와 당초 문제를 냈던 교사 뿐이었다.만약 답안을 유출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러한 일이 일어나려면 로또에 당첨되는 것보다 7배나 힘든 일이라는 것이 전문가의 의견이었다. 하지만 세 부녀는 여전히 무죄를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취재 동안 한 번도 언론에 모습을 드러낸 적 없었던 쌍둥이의 어머니와 연락이 닿을 수 있었다. 꼭 해야 할 말이 있다며 제작진 앞에 모습을 드러낸 그녀. 그리고는 조심스럽게 가족의 이야기와 자신의 심경을 전했다.

인터뷰에 응하는 이유로 세상에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목소리와 모습을 드러내기 꺼린 쌍둥이 엄마는 "어떻게 표현을 못하겠다.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벌어졌고 지금은 하루하루 버티는 것이 숙제다. 오늘 하루 살자. 여기까지 밖에 생각 못하겠다"면서 "처음엔 남편과 아이들을 의심했다. 조심스럽게 진짜 안한거냐 묻자 아이들은 엄마까지 그런 말을 하면 어떻게 하느냐 하더라. 아이들이 어떻게 노력했고 이런 건 아이들 입장에서 한번도 생각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그즈음 대치동 학원가에 은밀하게 퍼진 또 하나의 소문이 있었다. 놀랍게도 이런 일이 숙명여고에서 처음 일어난 일은 아닐 것이라는 의혹이었다. 숙명여고 전직 교사 자녀들 대부분 숙명여고에 진학했고, 서울 명문대에 진학했다는 것이다. 아직 세상이 모르는 비밀은 있는 것은 아닌지 국민들이 의혹을 거두지 않는 이유다.

쌍둥이 딸에게 시험문제와 정답을 유출한 혐의로 기소된 현씨는 1심에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면서 "피고인의 업무방해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교육에 대한 신뢰, 교사들의 사기도 떨어졌는데도 피고인은 범행 일체를 부인하며 변명해 중한 형이 불가피하다"라고 밝혔다.

현 씨는 숙명여고 교무부장으로 근무하던 2017년 1학년 1학기 기말고사부터 지난해 2학년 1학기 기말고사까지, 모두 다섯 차례에 걸쳐 교내 정기고사 답안을 같은 학교 학생인 자신의 쌍둥이 딸들에게 알려줘 학교의 성적평가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지난해 11월 말 기소됐다.

쌍둥이 중 언니는 1학년 1학기에 전체 석차가 100등 밖이었다가 2학기에 5등, 2학년 1학기에 인문계 1등으로 올라섰고, 동생 역시 1학년 1학기 전체 50등 밖이었다가 2학기에 2등, 2학년 1학기에 자연계 1등이 됐다.그러나 현씨와 두 딸은 수사·재판 과정에서 '공부를 열심히 해 실력으로 성적이 오르고 1등을 한 것'이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해 왔다. 현 씨는 지난해 12월 학교에서 파면됐고, 쌍둥이 딸은 지난해 11월 퇴학 처리됐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