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김정은과 DMZ 회동 노림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DMZ(비무장지대) 회동’에 나선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선 ‘재선 전략’이란 분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29일(현지시간) 재선 캠페인에서 ‘외교관’이자 ‘피스 메이커(평화 조성자)’로서의 역할을 부각하기 위한 노림수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8일 재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북핵 문제 해결은 대선 국면에서 내세울 중요한 ‘세일즈 포인트’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긴장이 흐르는 남북 접경지에서 아무리 짧더라도 김 위원장과 만난다면 전대미문의 장면 연출을 좋아하는 취향에 부합할 것”이라고 전했다.정치적 시간표를 고려할 때 지금이 적기라는 시각도 있다. 트럼프 그동안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중단을 외교적 치적으로 강조해왔다. 하지만 북한은 지난 2월말 베트남 하노이 회담 결렬 후 미국에 ‘새로운 계산법(새로운 북핵 해법)’을 요구하며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등 ‘무력 시위’를 벌였다. 이런 상황을 방치한채 내년 대선 국면이 본격화되면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곤란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0~21일 평양을 방문해 북·중 정상회담을 하자, 중국의 입김이 강화되는걸 차단하려는 포석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관련, 트럼프 대통령의 DMZ 회동 제안이 즉흥적으로 나온건지, 계획적으로 나온건지도 논란이 되고 있다. 정황상으론 즉흥적 아이디어일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일본 오사카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도중 트윗으로 DMZ 회동을 제안한뒤 기자들에게 “오늘 아침 생각한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6일 오사카로 출발하기 전만해도 “김정은과 만날 계획 없다”고 했고, 미 행정부 고위당국자도 24일 언론 브리핑에서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대다수 미 행정부 관료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DMZ 회동’ 트윗을 보고 깜짝 놀란 것으로 알려졌다.하지만 ‘리얼리티 쇼’ 스타일을 선호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격상 사전에 이미 DMZ 회동을 구상해놓고 ‘깜짝쇼’처럼 뉴스를 터뜨렸을 가능성도 있다. 미 의회전문 매체 ‘더힐’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4일 자사와 인터뷰에서 DMZ 방문 계획을 알렸고, ‘김정은이 만나자고 제안한다면 만날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 그럴 수 있을 것”이라고 대답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깜짝 회동’이 가져올 효과는 의견이 갈린다. 한편에선하노이 회담 결렬 후 교착상태에 빠졌던 미·북 협상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반면 김정은의 입지와 북한의 핵 보유국 지위를 강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