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의 봄으로 떠난 '힐링 무비'…절경 담아낸 영상미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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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문경 30초영화제 시상식한 여자가 경북 문경시 점촌역에 내리자마자 눈을 감고 따뜻한 봄 내음을 들이마신다. 답답한 도시를 떠나 무작정 찾아온 여행지. 맑게 흐르는 물소리와 봄기운 넘치는 고즈넉한 사찰을 여유롭게 거닌다. 문경의 아름다운 풍광과 관광명소를 사진에 담고는 “근심 걱정 많이 가져왔는데 이곳에선 모두 잊어버리게 된다”고 말한다. 작은 찻집에서 조용히 풍경을 바라보는 주인공은 “문경에서 나를 바라 봄”이라고 되뇌며 웃는다.
문경시·한경 공동주최
전통과 자연이 어우러진
지역의 정체성 뚜렷이 보여줘
서하재 감독이 ‘문경 30초영화제’에 출품한 영상 ‘문경에서 나를 바라봄’이다. 이 작품은 지난 29일 문경시 문경에코랄라 에코스튜디오에서 열린 영화제 시상식에서 일반부·청소년부 통합 대상을 받았다. 복잡한 마음을 정리하고 싶어 떠난 힐링 여행지로 문경을 선택한 주인공이 흐르는 강물과 푸르른 녹음을 보며 느끼는 행복을 담아냈다. 전통과 자연이 어우러진 문경이란 지역의 정체성을 전문가 못지않은 뛰어난 영상미로 아름답게 잘 표현했다는 호평을 받았다.문경시와 한국경제신문사가 공동 주최한 이번 영화제의 주제는 ‘봄은 나에게 [ ]이다’와 ‘[ ]를 바라봄’이었다. 지난 5월 8일부터 6월 11일까지 이뤄진 공모에 일반부 382편, 청소년부 172편 등 모두 554편의 작품이 접수됐다. 이 가운데 10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당선작들은 ‘문경에는 전통적이고 오래된 것들만 있을 것’이란 고정관념을 깨고 문경이 지닌 다양한 숨겨진 매력들을 영상에 재미있고 감동 넘치게 풀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심사위원들은 “우연히 혼자 떠나는 내용이 많아 그런지 여행을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작품들이 많았다”며 “기대 이상으로 수준이 높아 유튜브나 온라인 매체 등을 통해 활용할 수 있는 작품들”이라고 입을 모았다.
청소년부 최고상인 최우수상은 ‘나에게 봄은 [ ]이다’를 출품한 문경여고의 김가현 감독이 차지했다. 작품은 ‘당신의 봄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을 던지며 시작한다. 누군가는 봄을 햇살이 주는 ‘따스함’이라고 느끼고, 누군가는 생명의 활동에서 느껴지는 ‘활력’이라고 말한다. 지친 누군가에겐 봄은 힐링이 되기도 하고 따뜻해진 계절을 맞아 떠난 여행에서 만들어진 사진 속 한 장의 ‘추억’이 되기도 한다. 문경 관광지를 배경 삼아 각자가 느끼는 봄은 무엇인지 또 어떤 이미지로 와닿는지를 이 네 가지 키워드로 담아냈다. 봄이 주는 느낌에 대해 각자 다양한 답을 내놓을 수 있다는 점을 영상을 통해 강조했다.
일반부 최우수상은 ‘봄은 나에게 새로운 만남이다’를 제작한 우지훈 감독에게 돌아갔다. 한 여자가 봄을 맞아 오랜만에 홀로여행을 떠난 곳은 문경. 대표 관광명소인 문경 에코랄라를 거닐며 사진을 찍던 여자는 낯선 남자를 만난다. 그 남자 역시 문경의 명소를 여행하며 사진을 찍고 있다. 이상하게도 문경 곳곳의 관광명소를 다닐 때마다 우연처럼 나타나 사진을 찍던 그 남자에게 여성은 조금씩 호감을 느낀다. 봄에 떠난 여행지 문경에서 처음 만난 두 남녀의 설레는 모습을 싱그러운 영상으로 잘 보여줬다.
청소년부 우수상은 ‘나에게 봄은 촬영시즌이다’를 출품한 문경 점촌고의 장선윤 감독이 받았다. 봄 사진을 남기려는 여자들에게 남자들이 일순간 포토그래퍼가 돼야 하는 ‘고충’을 재치있게 표현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날 시상식에는 고윤환 문경시장과 김인호 문경시의회 의장, 현한근 문경문화원장, 유근석 한국경제신문 이사, 수상자와 가족 등 1000여 명이 참석했다. 일반부 대상 500만원 등 총 1200만원의 상금이 수상자들에게 돌아갔다. 올해 데뷔해 싱글 앨범 ‘뉴키드’를 발표하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7인조 아이돌그룹 뉴키드의 축하 공연으로 시상식 열기는 더욱 뜨거웠다. 뉴키드 멤버인 한림예고의 조민규 군은 ‘첫 번째 봄’이라는 주제로 출품한 영상으로 청소년부 특별상을 받아 화제를 모았다.
문경=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