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日 외교 부재…결국 기업에 '값비싼 청구서' 날아든 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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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한·일 관계, 경제로 불똥한·일 관계 악화가 경제 분야로 불똥이 튀고 있다. 정부의 ‘대일(對日) 외교 부재’가 양국 기업에도 악영향을 미치며 일본 정부의 ‘값비싼 청구서’가 날아왔다는 지적이다.
정부 '외교 협의' 요청 6개월 묵살
외교부는 30일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강화하고 있다는 보도와 관련, “전혀 통보받은 게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외교부 당국자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해 수출규제 강화를 준비하고 있는 품목은 반도체와 스마트폰 생산에 필수적인 원자재다. 일본 기업들이 독과점하고 있는 품목이어서 한국에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다.
일본 정부가 사실상 ‘경제 보복’ 카드를 뽑아든 건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해 한국 정부가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데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정부는 1965년 체결한 청구권 협정에 근거해 분쟁해결 절차 중 첫 단계인 양국 간 ‘외교 협의’를 지난 1월 한국 정부에 요청했지만 우리 정부는 ‘침묵’으로 대응했다.
일본 정부 관계자들이 경제 분야에서의 보복 가능성을 공공연하게 거론하면서 압박을 가했지만 우리 정부의 대응법은 마찬가지였다. 산케이신문은 “일본 측이 중재위원회 설치를 요구했지만, 한국은 문제 해결을 위한 대응책을 내놓지 않았다”며 “이 때문에 일본 정부가 사실상의 보복 조치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한국 정부가 지난 19일 일본 측에 ‘한·일 양국 기업의 자발적인 출연금으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하자’고 제안한 게 일본 정부가 외교적 해결을 사실상 포기하게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비공식 접촉에서 일본 정부가 거부 의사를 밝혔음에도 한국 정부가 발표를 강행해서다. 한 일본 소식통은 “한국 정부의 ‘언론플레이’를 보면서 일본 정부 내에선 ‘한국은 한·일 관계 개선 의지가 없다’고 확신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발언도 이런 분위기에 기름을 부은 꼴이라는 지적이다. 강 장관은 지난 25일 국회에서 ‘일본의 보복 조치가 우려된다’는 지적에 “일본의 보복성 조치가 나온다면 (우리 정부도) 거기에 대해 가만있을 수는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냉랭한 분위기는 지난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도 이어졌다. 기대를 모았던 정상회담은 불발했고,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만남은 단 10초에 그쳤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