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미 판문점 회동] 북미정상 만남, '3차 정상회담'인가

美언론도 '서밋'-'프라이빗 토크' 등 표현 엇갈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30일 판문점 회동을 제3차 북미정상회담으로 볼 수 있을지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 언론의 경우 워싱턴포스트(WP)는 '비공개 회담(private talks)'으로, 뉴욕타임스(NYT)는 '비공개 대화(private conversation)'로 각각 쓴 반면, 블룸버그통신은 기사 제목에 '트럼프의 비무장지대 정상회담(Trump's DMZ Summit)'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정상회담이라고 하면 짧게는 수주, 길게는 수개월의 치밀한 사전 의제 조율을 거치며, 회담의 결과로 합의문 또는 공동성명을 내거나 공동 기자회견을 하는 것이 보통이다.

또 의전에서도 양 정상의 동선부터 경호, 식사 등 세세한 부분까지 사전에 논의하고 결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에 반해 정상간 '회동'은 합의문 도출을 전제로 한 사전 의제 조율 없이 가볍게 만나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는 경우에 대해 주로 쓰는 표현이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트윗을 통해 비무장지대(DMZ)에서의 '짧은 인사'를 제안하고, 그로부터 32시간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진데다 사후 합의 내용 발표도 없었던 이번 만남은 '정상회담'으로 규정하기에는 다소 미진한 구석이 있어 보인다.

한 전직 대사는 "정상회담과 정상회동을 구분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은 없지만 이번의 경우 정식 정상회담이라고 하기에는 격식 면에서 부족한 게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53분 동안 이뤄진 북미 정상의 내밀한 대화는 사실상 정상회담으로 봐야 한다는 견해도 나온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회동 후 "북미는 각각 대표를 지정해 포괄적 협상을 하는데 합의했다"며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주도로 2∼3주 이내에 실무팀을 구성해 실무협상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회동에서 구체적인 현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고, 서면으로 합의문을 만들지는 않았지만 나름 구제척인 합의도 있었음을 보여준다. 또 판문점 '자유의 집'에서 두 정상이 대화할 때 두 사람 뒤에는 북미 양국 국기가 배치돼 있어 일정한 형식을 갖췄다고 볼 여지도 있었다.

사실 당면 현안을 풀기 위해 전격적으로 이뤄진 정상간의 '원포인트' 만남을 정상회담으로 규정한 전례도 있다.

북미정상회담 개최가 합의됐다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던 때인 작년 5월 26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판문점에서 깜짝 회동을 가졌고,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정상회담'으로 규정한 바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사실상의 3차 북미정상회담이라 볼 수도 있고…"라며 "그것은 언론에서 평가하는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결국 '정상회담'이냐 '정상회동'이냐는 만남의 주체인 북미 양국 정부의 규정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북미 양측의 규정이 일치할지도 관심을 끈다.

/연합뉴스